15. 小滿

by 휘진

이상할 정도로 꼬인 5월이었고, 여름의 시작이었다. 불행한 일이 있다든지 그런 건 아니었지만 정신이 이렇게까지 없을 줄 몰랐다. 자주 듣는 플레이리스트 채널인 윤시월 채널에서 알게 된 찬민의 파도라는 곡을 들으며 출근을 하던 것이 분명 좋은 5월이 될 것이라 믿고 있었는데 그 모든 것은 입하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망가져버렸다.

-

엄마가 수술을 했다. 중환자실에 입원할 만한 정도의 수술이 아니었기에 입원과 퇴원까지 삼일 정도만이 걸렸을 뿐이었다. 그것이 5월 말을 앞둔 시기였고, 그 수술의 일주일 전에는 전역 2주 만에 22년에서 23년이 되었다고 나를 소집한 예비군 훈련에 참여했다. 무더운 여름의 파주는 이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고 선크림은 무용지물이라 얼굴과 소매를 걷어 노출된 팔 하박의 절반 정도가 벌써 햇빛에 붉게 타버렸다. 내 피부는 하얀 편이 아니라 붉은 것이 아니라 더욱 갈색빛으로 변했지만 구릿빛 피부라 할지라도 피부가 탄 것을 숨길 수는 없었다. 예비군을 다녀와 바로 다음날에는 내가 담당인 사업의 강사와 회의를 했고, 토요일만 쉬었는데 일요일은 행사가 있어 또 하루를 다 투자하였다. 물론 그 일요일의 행사 덕분에 엄마의 입원 보호자로 있을 수 있는 휴가를 벌어냈지만.

-

프로그램은 인원 미달에, 새로운 프로그램은 모집이 순탄치 않으며, 또 다른 하나는 결국 당장의 실적이 중요하여 다시 핸들을 돌려 지금까지 나아갔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새롭게 갈라져버린 길은 어느 지점에서 내가 걸어갈 길이 아니게 되어 안 그래도 바쁜 일이었는데 운이 좋게도 신경 쓰지 않아도 상관 없게 됐다.

-

수습은 무사히 끝나 이젠 정규직이다. 기다렸다는 듯이 내 사원증과 명함 한 카트리지를 바로 건네주었고, 나는 수습 사원이 아닌 일반 사원이 되었다. 사내 유일의 2000년대생, 그것도 딱 2000년생인 나는 그래도 젊을 때 커리어를 시작하고 있는 것이란 걸 새삼 깨달았다.

-

소만 바람에 늙은이 얼어 죽는다란 말이 있다. 또, 이 시기엔 햇빛이 잘 들어 만물이 생장하여 가득 찬다고도 하고. 해와 바람이 모두 잘 드는 시기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소만의 1주는 거센 바람이었고, 그 다음 1주는 성장의 1주였다. 얼마 남지 않은 다음 절기의 망종은 이번처럼 기록이 미뤄지지 않았으면 하지만 그 바람은 바람에 이미 날아가버려 바쁜 6월을 벌써 예고하였다. 당장에 다음주만 되도 바빠 죽어버릴 것만 같은 강행군이니(...)

-

사랑은 아직까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사람을 짝사랑하고 있는 것이 아닌 사랑이란 감정 그 자체를 짝사랑하고 있는 듯한 현실적이지 않은 표현이 지금 내게 제일 잘 어울리는 표현인 것 같다. 세 달이나 되었는데도 국장님보다 팀장님이 더 어색한 것은 왜일까. 인사 한 마디가 딱 목 끝에서 걸려 나오지 않는 것은 어째서일까.

-

난 소만의 바람에 얼어 죽지 않았다. 모진 풍파였을 수 있겠으나 이만하면 순풍이라 생각하며 안도한다. 역경 없이 피어난 꽃 없으며, 순탄하기만 한 삶 없다. 평탄한 길보다 굴곡 있는 삶에서 다양한 감정과 사고가 교차한다 생각한다. 이제 겨우 2분기의 끝에 접어들었지만, 분명 근사한 한 해가 되어가고 있다. 그리 믿고, 그리 되게 만들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16. 立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