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芒種

by 휘진

다음 절기가 찾아왔음에도 지난 절기를 적게 됐다. 너무 늦지 않게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아 뒤늦게라도 망종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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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달픈 시간의 연속이었다. 안 좋은 일이 아니라 체력적으로(...) 운이 어찌나 사납던지, 잔뜩 얽혀있는 폭탄의 타이머를 멈춘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그냥 전광이 나갔을 뿐,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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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많이 온다고 했지만 생각보다 오지 않은 날들이 많았고, 아직도 화요일인가 싶다가도 어느새 금요일 퇴근 전이었다. 아직 4월인 것만 같은데 벌써 올해의 절반이 지나간 사실은 시간은 역시 덧없음을 상기시켜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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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는 드디어 모를 심는다. 연일 비 소식이 이어질 것 같은 흐리멍텅한 하늘은 올해의 수확을 망쳐버릴지, 살려낼지 장담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다소 냉소적으로 생각한다. 무엇이라도 심었으니 그런 걱정을 하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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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을 심었을까, 얼마나 자랐을까. 눈에 보이지 않는 성장과 사랑이란 것을 목표로 삼은 올해의 나는 부질없는 생각을 한 사람일까, 착실히 쌓아가고 있는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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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절반이 지나가는 시점, 나는 약간의 웃음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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