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가 지나면 구름장마다 비가 내린다. 이 옛말이 틀리지 않았다고 주장하듯 장마가 예보됐다. 사실 마른 장마라는 말이 있듯이, 최근 몇 년 동안에는 장마철이란 말이 참 무색했다. 이따금씩 폭우는 쏟아졌어도 비가 오는 기간이 길지는 않았으니까. 올해는 어떨까. 어정쩡하게 장마철이 지나가 습기만이 가득한 더위일까, 시원하게 몸을 식히고 맞이하는 더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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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부터는 장마가 시작된다고 했다. 일기예보도 그렇게 보였고, 아직 주가 시작했을 뿐이지만 평일 내내 비 소식을 보고 약간은 더위가 주춤하겠거니 안도했다. 하지만 기대가 무색하게 화요일 오전 햇살이 감돌기 시작했다. 글을 쓰기 시작한 15시 29분은 날이 흐린 듯 싶었지만 장마철의 큰 구름에 가려졌을 뿐, 여전히 파란 하늘이 듬성듬성 보였다. 큰 유화 덩어리를 바른 캔버스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빈틈이 많이 남은 것만 같은 하늘은 그럼에도 맑아서 다행이라는 느낌보단 올 거면 더 시원하게 오던가라는 생각이었다. 빗소리도, 그 비에 약간 젖어 올라오는 오래된 나무 창틀의 냄새도 나는 좋아하고 있는데 나는 지난 21년 뒤로 전혀 느낀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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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이번 여름의 절기들은 하나같이 농사와 관계가 있는 모양이다. 감정에 대입할 만한 것이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농사라도 대입해 볼까 싶다가도 이내 키보드를 멈추게 된다.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의 모든 순간은 농사이고, 그 바로 다음인 새로운 1월 1일부터 또 마무리 될 12월 31일도 그런 과정일 텐데. 당장은 눈앞에 놓인 것들이 많다. 하나의 거대한 것이 아닌 여러 가지의 중형급들이 달마다 치고 들어올 예정이라 하니 숨이 막히면서도 이건 어떻게 해볼까라는 생각이 아직 머리에 먼저 들어오고 있으니 지친 건 아닌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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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은 8월 중순의 여름 휴가만 기다리고 있다. 그 무더위에 섬나라 일본을 갈지, 아니면 그 더위에 남쪽의 부산을 갈지, 그래도 비행기는 타야겠다 생각하고 제주도를 갈지 계속 고민 중이다. 이런 상상이라도 하고 있으면 시간이 금방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바쁘게 살아냈더니 지금이 벌써 7월까지 7일도 남겨두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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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짐을 짊어지지 말라는 말을 종종 하게 된다. 그런데, 나라고 다른가라고 생각하면 역시 다르지 않다. 가끔은 짊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미련한 감정이고, 이건 분명 책임감과는 다른 글러먹은 감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짐을 내려놓으면 내려놨지, 나눌 생각은 정말 한 순간도 해본 적이 없어 나는 어쩔 방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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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가끔은 기대 보라고 한다면, 말 없이 커피 한 잔 내밀어 주는 그런 사람에게 어깨를 붙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