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차리고 보니 지나온 두 절기보다 다가올 새 절기가 더 가깝다는 걸 눈치챘다. 연휴가 시작하면서 쓸 수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나태해져버린 몸은 10월이 되어서야 9월의 절기를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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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백로는 행사일이었다. 아이디어가 좋았다고, 섭외를 잘했다고 칭찬 받았던 날이었고 그 날 진행해야만 했던 다른 일은 이미 끝내놓아 서류만 맡기고 올 수 있었다. 가을의 기운이 완연하게 나타난다는 시기라고 알고 있지만 당일은 전혀 그러지 않았다. 밤은 여전히 더웠고, 술을 먹으려고 만난 사람들에게는 예민하게 굴었다. 물론 좀 취하고 나니 그런 건 사라졌지만 그래도 필름이 끊긴 건 아니라 그 기억에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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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날씨가 이어진다는 건 와중에 틀리지 않아서 그 전에도, 그 이후로도 무더위는 이어졌다. 가디건을 입을 날씨는 절대 아니었고, 팔꿈치에 자리 잡은 염증 때문에 묶어놓은 붕대는 땀을 내보내지 못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이젠 정말 가을이구나 싶은 날씨들만 이어지고 있고 예보도 그렇다. 그렇지만 9월 8일은 정말 예외였다. 이후 일정도 더운 건 매한가지였다. 다음 절기가 오기 전까지도 더웠고, 가족여행으로 떠난 9/15 ~ 9/18 오사카 여행에서도 땀 흘린 기억이 훨씬 많다. 그 이후 다시 돌아온 9/19의 한국은 오사카에 비에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느낌이 아니었고 진짜로 시원해지고 있었던 시기였다… 이 이후는 다음 절기를 적어내야 하니 일본 여행 이야기이며 전부 아껴놓겠지만 내 기억 속의 9월 초는 대체로 아직 여름이란 느낌이었다. 풍경까지도 가을에 접어들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던 그야말로 여름의 절기. 입추도 옛말이다. 그 날씨가 입추라면 봄과 가을은 없는 계절이라고 봐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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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과는 180도 달라진 삶을 살고 있어서일까? 작년보다 빠르게 시원해진 것 같다는 느낌이 있다. 작년 9월은 어거지로 긴팔을 입었다가 더워서 후회한 적이 여러번이고, 그 군대는 전방이었음에도 밤이 되지 않으면 외투 입는 건 사치였다. 그렇다고 아침 점호를 나서는 6시 50분의 아침이 더웠던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곧 있으면 전역이 1년차인데 이미 1년이 지난 듯이 살고 있어서 그런 걸까? 날씨, 풍경, 유행, 모든 흐름이 예민하게 체감된다. 2022를 지우지 못해서 서류를 반려 받은 적이 수 차례이다. 나는 이미 2023에 질려버려 2024를 적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