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寒露

by 휘진

올해 언젠가 글을 썼을 것이다. 겨울의 절기가 그 해의 첫 절기일 수 있지만 24절기의 순환으로 보면 입춘이 첫 절기였을 것이라고. 하지만 올해의 절기들을 기록해가기 위한 이 24개의 글 묶음은 대한이 마지막 절기가 아닌, 동지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를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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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로가 찾아왔고, 이제 10월 23일이면 가을의 마지막 절기이다. 그 다음 돌아오는 11월부턴 이제 절기상으로 겨울이 찾아온다. 이 즈음에 썼던 글들을 되돌아본다. 나는 많이 불안정했고, 불안했던 모양이었다. 지난 일들에 대한 그리움, 바깥에 대한 갈망이 있었던 것 같았다. 있을 수 밖에 없겠지... '지난 해의 모든 일들이 2년, 3년이 지난 것만 같다.' 그런 식으로 적어내었다. 시간만큼은 올해가 더 빠르게 흐른 듯한 느낌이다. 땀을 뻘뻘 흘리며 생애 두 번째 해외 여행을 즐긴 것이 2달 전이고, 수습 사원을 넘겨내었다며 좋아했던 것이 4달 전이며,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벗어던진 것은 아직 7달이 되지 않았다. 첫 해외여행을 간 것도 9달 전의 일이다. 빽빽했던 올해의 모든 순간들이었기에 '2022년 OO월 OOOO 실시'라고 수없이 실수할 정도로 익숙했던 2022년이 이제 2년 전의 일들과 다를 것이 없다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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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예쁠 시기라고 했던가, 아직 물든 것이 없는 모양이다. 사람들의 옷차림은 정말 가을이란 것이 느껴지고, 오히려 자정을 넘긴 시각보다 오전 6시에서 8시 사이의 공기가 더 차갑게 느껴진다. 하지만 풍경이 너무나도 여름이다. 은행이 길거리에 떨어진 것 정도로는 가을의 풍경이라고 할 수 없다. 해가 일찍 떨어지는 것은 그저 그럴 시기가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째선지 풍경만큼은 이 계절의 순환에 저항하는 듯한 움직임일까. 아직도 나뭇잎은 건강하며 초록빛을 뿜고 있다. 나무가 붙들고 있는 걸까, 나뭇잎이 매달려 있는 걸까. 이 이상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아직 풍경이 건강해 보인다는 게 좋은 것 같다. 단풍이 늦게 들면 그건 그것대로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역시 날씨와 풍경 탓일까... 10월 중순이면 좀 추위를 타는 사람은 코트를 꺼내 입을 수도 있는데, 그럴 수 있는데도 막상 목격하자니 '덥진 않을까'하고 곱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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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을 생각하면 그저 좋다. 사실, 일하면서 항상 좋을 순 없지만.

서운했다. 아직 신입인데 그 정도로 생각해 주지 않는 것 같아서. 우쭈쭈 받고 싶은 게 아니라 뭘 배워야 하는데 할 줄 알 거라고 생각해 주는 게 나는 좀, 복잡한데 아무튼 그렇다.

또 서운했다. 막상 의견을 피력하고, 주장하니 애 취급을 하고 가르치려고 하는 어투에. 그 정도도 모르는 건 아닌데.

사람이 참 입체적이다. 뭐 그래서 서운했다고 대놓고 얘기한 적 없으니 아무도 어떻게 대해줘야지 걱정하진 않겠지만, 난 어느 정도 적응 기간만 지나면, 적당히 해보면 능숙하게 일하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걸 하라 하면, 한 번 보기만 한 걸 하라 하면 못한다. 이게 '나는'이라 할만한 건지 모르겠다. 이런 사람이 대부분이 아닐까... 하고 오만하게 생각하고 있다. 음, 그래도 조금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모를 수 있다.', '이 사람은 잘 하니까.'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말을 해주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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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 속이 꽃밭인 것 같다. 현실감각이 떨어진 정도는 아닌 것 같아서 이 정도라면, 그래. 이 정도라면 그래도 아직 밝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느낀다.

차분하나 황폐한 것보단 산만하지만 활기찬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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