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大雪

by 휘진

1년 중 가장 눈이 많이 내린다는 대설, 중국을 기준으로 하고 있기에 한국에서는 눈이 가장 많이 내리는 날은 아니다. 그래도 그렇지 너무 따뜻했다. 목도리는 필요하지 않았고, 아침의 쌀쌀함이 무서워 패딩을 입으면 돌아오는 퇴근길에는 등에서 땀이 날 정도로 따뜻했다. 낮에서 밤으로 식어가는 온도는 밤에서 아침으로, 그 아침에서 낮으로 달아오르는 온도보다 높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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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면 동지이다. 밤이 제일 길고, 팥죽을 먹어야 하는 그 절기. 밤이 가장 긴 시기를 향해 가고 있고, 이제는 정말 해가 저문다. 한 해가 저물고 나면 밤이 긴 그 시간들을 지나 2024년으로 가겠지. 지금 내 최대 관심사는 내년이다. 내년의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퇴사 선언까지는 아니다. 퇴사할 생각도 없고, 나름 인정 받으며 다니고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내년에는 어떤 일을 계획하고, 진행하고 있을지, 내년의 내 인간관계는 확장될 것인지 좁혀질 것인지 모든 것들이 기대된다. 한편으로 두렵기도 하지만 그 두려움보다 설렘이 앞선다. 아직 동지가 되지도 않았고, 크리스마스도 지나지 않았지만 나는 이미 연말에 온 것만 같다. 물론 실제로 다음주면 연말이라 볼 수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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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은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졌다. 일 말고, 취미. 한동안 그리지 않았던 그림을 다시 그려보고 싶고, 미뤘던 소설과 대설의 글을 적어냈고, 적어내고 있다. 이 매거진이 완성되면 한 3~4권 정도만 제본해서 내 글들을 좋아해 주는 이들에게 나눠주고 싶다. 그리고 이 매거진은 바로 다음 절기인 동지에서 비로소 모든 절기를 다 적어낸다. 2024년도부터는 지나치는 모든 풍경들 중 하나를 달마다 풀어내려고 한다. 봄에는 어떤 꽃이 가장 예뻤는지, 아니면 어떤 곳이 꽃이 가장 예쁘게 보였는지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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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빴지만 원했고, 그럼에도 더 바라는 괜한 객기를 부리고 있다. 하지만, 난 바쁠 때가 가장 살아있다고 느끼는 사람인지라 어쩔 수 없다. 나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언젠가는, 아니 어쩌면 이미 있을 수도 있겠지만 성공도 해보고, 실패도 해보고, 바쁘게도 일해보고, 편하게도 일해보고, 그런 모든 경험들은 아무리 해도 나쁠 게 없다고 생각하니까 난 이 모습을 그대로 가져가고 싶다.

사실, 가져가는 것이 당연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왔으니까.

변할 수 있는 것이 사람이지만, 그만큼 쉽게 변하지도 않는 것이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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