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마지막 날과, 23년의 마지막 절기. 동지였던 지난주는 이상하리만치 추웠다. 아침은 영하 14도 이하까지도 내려가고 추운 날의 연속이었다. 체질은 변하여 그 정도 날씨에 객기 부려 코트를 입었던 내 체온은 사라졌다. 롱패딩을 그렇게 자주 꺼내 입은 것도 처음이고, 코트 입을 생각은 전혀 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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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길고 낮이 짧은 시기라고는 하지만 이미 소설 즈음부터 그것을 체감할 수 없게 되었다. 가로등이 아직 덜 꺼진 7시 45분의 출근길과 해가 이미 다 떨어지고 캄캄한 하늘만 자리 잡은 18시의 퇴근길이 7일 중 5일을 차지하고 있는 일상에선 일출과 일몰의 시간 따위 이미 의미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아침이 오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있듯이, 24년의 해를 위한 어둠인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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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까지는 길었던 23년인데 12월에 들어와 돌이켜보니 참 짧기도 했던 23년이다. 달마다 에피소드도 하나씩 있는 편이고, 일단... 일을 하고 있다는 이 성취감이 어마어마하다고 생각한다. 적당히 인정받으며 회사를 다니고 있고, 일도 원하는 대로 풀리진 않았지만 이 정도면, 이 정도라면 잘 된 것 같기도 하고. 이제는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 같다.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것을 이제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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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에서 22년으로 넘어갈 때는 운이 좋았다. 군인이었지만 운 좋게 휴가 시기가 맞아 가족들과 새해를 보낼 수 있었다. 22년에서 23년으로 넘어올 때는 전역을 했고, 23년에서 24년으로 넘어가는 오늘은 축배까지. 우울한 사람이 많아 보이는 23년이지만, 내게는 아니다.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간 것만 같은 23년이었고, 그럼에도 이제는 학교가 아닌 직장으로, 사회로 나온 시작의 해였고, 나름의 성과와 수확이 있는 풍족한 23년이었다. 연락이 뜸해진 사람도, 끊어진 사람도, 새롭게 알게 된 사람도 많다. 잃은 것보다 얻은 게 많은, 놓친 것보다 아직 쥐고 있는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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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휴 동안 약간의 숨을 고르고, 이제 다시 바쁘게 움직이겠지만 새로운 24년은 그만큼 기대가 된다. 설레오는 마음을 약간은 주체할 수 없다. 그리고 2주 앞으로 다가온 일본. 새로운 주제로 써 내려갈 나의 새로운 글. 나는 벌써 24년에 하고 싶은 것과 시작할 것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