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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홍섭 Nov 10. 2023

아름다운 서점들

책 출간후 한달을 보내며...

삼성물산 정년퇴직 기념으로 삼성물산에 약 23년 동안 8개국 9개 해외 현장에 근무하면서 보고 경험했던 이야기들을 책으로 출간한지 1달이 지났다.      

책 제목은 ‘하드햇과 함께한 세계여행’으로 안전모를 영어로 ‘하드햇’이라고도 해서 책 제목에 붙여 보았다.

     


종로에 근무하는 며늘아기는 점심시간에 산책하다 영풍문고에 들러 시아버지가 쓴 책이 그나마 사람 눈에 띄게 살짝 표지가 보이도록 해 놓고 가족 단톡방에 사진을 올려놓았다고 알린다. 며늘아기의 그런 도움이 기특하고 고맙지만 그러지 말라고 말린다.     



책을 판매할 의도를 갖고 출간한 것도 아니고, 뚜렷하게 독자를 대상으로 쓴 내용도 아니어서 기대를 하면 안 되는데 그래도 왠지 판매 부수에 기대를 한다.     


원고를 출판사에 맡기고, 3차례의 교정과 책 편집 디자인, 책표지 디자인, 책 제목 선정, 사진 편집 등을 해서 책의 모양이 갖춰지기까지는 2달 정도가 걸리고, 교정 승인, 디자인 승인, 인쇄 승인 절차를 거쳐 책이 서점에 출고되기까지는 3개월 정도가 걸렸다.      


책의 인쇄가 완료되면 출판사에서 책 번호를 부여하고, 바코드를 형성시키고, 전자책으로 등록하고, 전국의 각 서점으로 유통을 시켜주면서 온라인 상으로 전국의 서점에 배포한 현황과 온라인을 통해 출고되는 책의 판매 현황을 알려준다.     


처음으로 책을 출간하는 전체 프로세스를 이해하게 되었고, 어떻게 서점에 유통되는지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만든 수 많은 책들이 일반 사람들에게 알려져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고 서점에서 잠자다가 없어지는 책들이 얼마나 많은지도 실감하게 되었다.      


인생의 행복은 무엇인가, 삶의 가치란 무엇인가 하는 고민들이 문득 떠오를 때, 너무 빨리 달려오지 않았나 하는, 그래서 얼떨결에 잊어버린 것들과 쓸쓸하게 마주치게 된다.     


요즘 발품 팔아가며 서점을 직접 찾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서점에서 책을 직접 구입하는 것은 여러 면에서 비효율적(非效率的)이 되어 버렸다. 인터넷으로 책을 사는 것이 더 싸고, 동네의 작은 서점엔 그 많은 책들을 다 구비 해 놓고 있지도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중소 규모 서점들은 자취를 감추었다.     


그나마 대형서점이라도 남아 있어 아직도 직접 서점을 찾는 매력은 여전하다. 계획에 없던 다른 책을 발견할 수도 있고, 신간 코너, 베스트 셀러, 스테디 셀러, 기획 도서 등 이책, 저책 등을 두루 살펴 볼 수 있어서 좋다.

또한 책을 직접 몇 쪽이라도 읽고 책을 구입하게 되면 잘못된 책 정보로부터 자유로울 수도 있다.     


오랫동안 해외에서 근무를 하다보니 정기 휴가를 마치고, 다시 근무지로 돌아가면서 비행기에 오르기 前, 들르는 공항 서점은 다음 휴가 때까지 읽을 책들을 고르면서 업무 복귀하는 무거운 마음을 달래주는 위안의 시간과 장소가 되어 주었다.     


도매서점 딸과 결혼하면서 서점에 대한 감회는 남다르다. 커가는 아이들에게 외갓집 서고는 좋아하는 책들을 마음대로 꺼내 볼 수 있는 꿈의 공간이기도 하였다. 집으로 돌아갈 때면 각자 골라 둔 책들을 한 보따리씩 집으로 날랐다.     


코로라 사태 전 포르투갈 여행을 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으로 알려진 ‘렐루 서점’을 찾은 적이 있다. 찾아오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서점과 떨어져 있는 별도의 건물 카운터에가서 5유로 입장료를 내고, 가방을 맡긴 뒤다시 서점 앞으로 가서, 한참을 줄을 서 기다린 뒤에야 들어가 볼 수가 있었다.    

 

포르투갈 포르투 렐루서점


몇평 안되는 작은 서점이 이처럼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게 할 수 있는 매력이 한편으로는 부럽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렐루 서점’은 1906년 오픈하여 지금까지  약110년 이상 운영되고 있는 서점으로 1층과 2층을 잇는 중앙의 분기 계단은 천장의 대형 스테인드글라스 창문과 어울려 매우 신비하고 인상적인 모습을 나타낸다.     

아르 누보(Art Nouveau) 풍으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으로 꼽히며, 작가인 조앤 롤링이 헤리포터 시리즈를  창작하는 데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또 다른 아름다운 서점으로는 기존의 건축물을 서점으로 리모델링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엘 아테네오’ 서점과  네델란드 마스트리히트의 ‘도미니카넌’ 서점 등이 있다.     


‘엘 아테네오’ 서점은 1919년 오페라 극장으로 문을 연 뒤 영화관을 거쳐 현재의 서점으로 변신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명물이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알 앝네오 서점

무대를 카페로, 객석을 서가로, 4층 객석을 갤러리로 변신시켜서,1년에 70만여 권의 책이 팔리고, 1백만명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오페라 원형 극장의 디자인이나 무대조명, 커튼 등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고전적이면서도 우아한 분위기가 흐른다.     

아르헨티나 알 아테네오 서점


‘도미니카넌’ 서점 건물은13세기에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성당이었으나 18세기 말에 프랑스 혁명군의 침공을 받은 이후 마굿간, 창고, 도살장, 콘서트홀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이다가 네덜란드 서점 체인인 셀렉시즈(Selexyz)가 800년 가까이 된 이 성당을 개조해 2006년12월에 서점의 문을 열었다.    

 

네델란드 도미니카넌 서점

한 세대를 살아가면서 문명의 발달과 함께  얼마나 많은 우리의 옛것들이 추억속으로 살아져 버렸는지 셀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2012년 백남준 탄생 80주년 기념 특별전의 부제(副題) ‘노스텔지어는 피드백의 제곱’이 떠오른다. 노스텔지어(향수, 鄕愁)는 기억을 꺼내는 작업인 동시에 타인이 나에게 주는 피드백 못지않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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