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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홍섭 Apr 22. 2024

그리스 여행

나이숫자만큼 돌아본 지구촌 나라들 63개국 중  22번째 나라

나이 숫자만큼 돌아본 지구촌 나라들

63개국 중 21번째 나라. (12년 4, 24년 5)     


나이 들어서 혼자서 떠나는 자유여행은 이전처럼 설레임보다 오히려 버겁고 엄두가 잘 나지 않지만, 한 도시에 머물면서 돌아다니는 건 아직은 견딜만하고, 그나마 가족과 떨어져 오랜 타국 생활에 찌들어 있다가 정기 휴가 때 새로운 곳을 찾아다니는 여행은 리프레쉬에 도움이 되곤 하였다.

파르테논 신전

하지만 아테네 자유여행도 한국에서의 정기 휴가를 마치고, 뭄바이로 복귀하는 길에 한국~뭄바이~두바이~아테네~두바이~뭄바이 루트로 장시간의 비행과 트랜스퍼를 위한 대기시간 등 비효율적이고 체력 소모가 많았다.

특히 한국에서 아테네까지 이동하면서 뭄바이와 두바이에서의 트랜스퍼 대기시간과 뭄바이로 돌아오는 길에 두바이에서의 트랜스퍼 대기시간은 피로를 가중시켰다.

아테네 공항

여행을 떠나기 전에 찾아갈 여행지를 블로그나 카페에 올려진 여행기를 뒤지고, 구글이나 지도로 루트를 확인하고, TV에서 방영된 여행 프로를 반복해서 보고 난 뒤 계획하였던 여행지에 막상 도착하면 마치 자주 오던 곳을 다시 찾은 것처럼 눈에 익숙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아테네 여행 첫 번째 날은 아테네 공항에서 도심인 신타그마 광장까지는 신타그마 광장이 종점인 공항버스 X95번 버스와 출국장 길 건너에 있는 지하철 3호선을 이용하면 갈아타지 않고 한 번에 갈 수 있으므로 굳이 공항 Pick up 서비스나 택시를 이용하지 않았다. 신타그마 광장에서 호텔까지는 짧은 일정에 마음이 급한 탓에 택시를 이용하였다.     

아테네 공항 ~ 신타그마 광장 왕복 95번 공항버스
국회의사당


아테네에서 머물 크라운 프라자 호텔은 홀리데이인, 인터콘티넨탈호텔 등과 제휴의 Priority club 호텔이라서 그동안 모아 놓은 마일리지로 이번 여행에 사용하게 되었다.     

아테네는 일반버스, 트램, 지하철, 시티투어 버스, 택시 등 비교적 편리하고, 저렴한 교통체계를 갖추고 있으나 일단 중요한 명소들이 대부분 도보권 안에 있어서, 도보로도 충분히 다닐 수가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유럽 대도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시티투어 버스가 아테네 시내에도 운영하고 있다.

도보로 걷다가 지치면 이 시티투어 버스를 이용하면, 아테네 명소를 쉽게 찾아갈 수 있다. 18유로를 내고 티켙을 사면 24시간 동안 자유로이 타고 내릴 수 있고 영어를 포함한 여러 나라 언어로 된 안내방송도 이어폰을 꽂고 들을 수 있다.

 그리고 1일 4유로짜리 교통 티켙을 구입하면, 하루 종일 버스나 지하철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4일짜리 통합 입장권을 구입하면 아크로폴리스, 제우스 시전, 고대 아고라 등 관광명소를 모두 이용할 수 있다. 단 아테네 고고학 박물관, 신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입장료는 별도이다.   

   

고고학 박물관

4월의 그리스는 이미 섬머타임이 적용되기 때문에 오후 8시가 넘도록 느긋하게 도보 여행을 즐길 수가 있었다. 아테네 공항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2시이고 호텔 체크인 시간이 오후 4시라서 완전히 해가 질 때까지도 5시간 이상이 남아서 도보로 아테네 시내 중에서 아테네 시내 전망이 좋은 3곳 언덕인 리카비토스 언덕, 아레이오스 파고스 언덕, 필로파포스 언덕을 모두 올라가 보면서 아테네 시내를 큰 틀에서 바라다보았다.  

   

아레이오스 파고스 언덕

아크로폴리스를 중심으로 리카비토스 언덕은 북동측 콜로나키 지역에 위치하고, 아레이오스 파고스 언덕은 아크로폴리스 입구 남서측 바로 근처에, 필라파포스 언덕은 아크로폴리스 남서 측에 위치한다.


리카비토스 언덕은 아테네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시내 전망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고, 아레이오스 파고스 언덕은 고대 아고라, 로만 아고라, 아크로폴리스 입구 측 전망을 볼 수가 있으며, 필라파포스 언덕은 아크로폴리스 전체를 가장 가까이서 내려다볼 수 있음은 물론이고 아테네 남부 해안까지 전망할 수 있는 언덕이다.

아크로 폴리스

특히 아레이오스 파고스 언덕은 늘 사회 교과서나 서양 건축사 책의 사진으로만 보았던 아크로폴리스와 파르테논 신전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직접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장소이다. 

화창하고 청명한 그리스의 맑은 하늘 아래 아름다운 석양빛에 반사되어 우뚝 솟아 있는 아크로폴리스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인천~뭄바이~두바이~아테네의 먼 여정의 노고가 하나도 아깝지 않다는 기분으로 바뀌었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플라카 거리를 들렀다. 플라카 거리는 한국의 인사동 거리 비슷한 느낌이 들면서 반들반들 닳고 닳은 돌로 포장된 좁은 길을 따라 수많은 선물 가게, 귀금속, 기념품 가게, 장신구, 공예품 가게들과 갤러리들이 늘어서 있어서 언제나 관광객들의 발길로 가득하고, 노천카페와 음식점들에서 한가로이 대화를 즐기고 있는 고대 그리스인들의 후예 아테네 시민들의 여유가 부러워 보였다.

플라카 거리 카페
플라카거리 기념품점

이렇게 해서 아테네에서의 첫날은 파르테논 신전이 보이는 아크로폴리스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기쁨을 간직한 채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였다.

파르테논 신전

여행을 떠나기 전 가장 최근의 아테네 관련 tv 신년 기획 다큐인 KBS의 ‘위기의 남유럽을 가다 1부 그리스, 무너진 신화‘를 보면서 여행 기간 중 교통 노조의 파업으로 공항에서 묶여 있다가 헛걸음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여행지의 분위기가 TV에서 보여준 대로 폐허처럼 변해 있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했던 것과는 달리 금융 위기 이전의 모습과 큰 차이 없어 보였고, 아테네에 체류하는 동안 날씨마저도 최상의 지중해성 날씨가 이어져 눈이 부시도록 파란 하늘을 즐길 수 있었다.     

여행 둘째 날도 이른 아침에 호텔에서 도보로 신타그마 쪽으로 이동하였다. 걸어가다가 잠시 샛길로 빠져서 근대 올림픽 경기장 쪽에 도착하였다. 아테네 중심인 신타그마 광장 뒷 편에 있는 근대 올림픽 경기장은 플라카에서 좀 떨어진 리오포로스 올가스 거리에서 바실리스 콘스탄티누스 거리로 빠지는 막다른 곳에 있다.      

현재의 경기장은 1896년 제1회 근대 올림픽이 열리기 전에 알렉산드리아의 부호 ’아베로프‘의 후원을 힘입어 고대경기장에 가까운 형태로 복원된 것이다. 스타디움 앞에 그의 동상이 서 있다. 좌석은 대리석으로 50,000명이 들어갈 수 있다. 독특한 것은 트랙이 요즈음 것들과 달리 말굽형으로 되어 있다.

근대올림픽 경기장

 근대 올림픽 경기장을 둘러보고, 아테네 도심에 위치한 국립정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느 도시에서든 잘 가꾸어 놓은 정원이 있으면 꼭 찾아가서 둘러보곤 하는 편이다.


아테네 국립정원도 규모는 아주 큰 편은 아니었으나 도심에 아름다운 숲으로 가려진 산책로와 휴게공간이 꽤나 잘 가꾸어 놓아서 기분이 좋았다.

국립 정원 내부

특히 아테네 정원이나 주택가, 그리고 도심의 가로수 중에 오렌지나무가 많이 있었는데 오렌지가 주렁주렁 달려 있고, 바닥에도 수북이 그냥 떨어져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국립정원 안에 자피온을 거쳐 엄청난 규모의 제우스 신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금은 15개의 기둥만 남아있고 기단부의 터만 남아있지만 파괴되지 않았을 때의 규모를 생각하면 그 규모가 대단했을 걸로 생각이 된다.

원래는 16개 기둥이 남아있었는데 얼마 전 강풍으로 넘어져 그나마 15개만 남아있고, 넘어진 한 개의 기둥은 이 위대한 신전의 기둥들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단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제우스 신전
제우스 신전


제우스 신전의 입구인 하드리아누스 개선문을 거쳐 드디어 파르테논 신전이 있는 아크로폴리스에 도착하였다. 

하드리아누스의 문

언제나 사진으로만 보아 왔던 파르테논 신전, 세계문화유산 1호 답게 그 모습은 너무도 당당하고 웅장하였다. 

프로필라이아 (파르테논 신정 입구)

물론 몇 년째 복원작업을 하느라 크레인과 비계에 가려져 있어서 원래 남아있는 모습도 완전히 다 볼 수는 없었지만 전 세계 수많은 공공건물의 외관에 모델이 될 정도의 완벽하고 균형미를 갖춘 아름다운 파르테논 신전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면서 아마도 5번 정도 돌아보고 또 돌아보기를 반복하였다.

한국의 단체 관광객들도 많았지만 대부분 대충 돌아보고 기념사진을 찍고 바쁘게 돌아가는 모습들이었지만 건축을 전공한 엔지니어로서 언젠가 다시 볼 기회가 또 있겠지만 이번 여행의 주목적이 이 파르테논 신전을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해서였기 때문에 이 파르테논 신전 주변을 다섯 바퀴나 돌면서 무려 2시간 동안을 다시 보기를 반복하였다.


에렛테이온 신전


아크로 폴리스를 나와 고대 아고라를 돌아보았다. 

아고라


아고라

이른 새벽부터 몇 시간째 계속 걷고, 또 아크로폴리스에서 오랬 동안 서 있었더니 체력이 고갈되는 느낌이 왔다.     

고대 아고라에서 옛 고대 그리스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상상해 보면서 아고라를 뒤로하고 허기와 고갈된 체력을 만회하기 위해 플라카 거리에서 그리스 도넛과 오렌지 쥬스를 사서 아테네 시티투어 버스에 올랐다.

 아테네 시내의 주요 명소는 가까운 거리에 밀집해 있기 때문에

어느 곳이든 걸어서 도착할 수 있으나 하루 종일 걸을 수가 없으므로 편안히 시티투어 버스에 앉아서 시장기도 해소하고, 버스 위에서 아테네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소크라테스 감옥
디오니소스 극장
디오니소스 극장

이런 시티투어 버스는 시내 이동도 하면서 구석구석을 편하게 눈요기 하기도 하고 들르고 싶은 명소에서 하차하여 내부를 둘러보고 나와서 다시 탑승하여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된다. 요금은 24시간 유효한데 시내 19개소를 순환하며 이용 요금은 18유로이다.

아크로폴리스 파르테논 신전 프리즈 조각들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오후 2시경 허기와 피로를 어느 정도 만회하고 다시 시티투어 버스를 타고 아테네 고고학 박물관으로 향했다.

아테네 고고학 박물관

기원전 20세기~ 5세기에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옛 그리스의 유적들을 눈으로 보는 순간, 이집트 피라미드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때의 느낌 이상으로 내심 충격을 받았다. 대만의 고궁박물관에서 보았던 중국의 각종 도기, 자기류보다 훨씬 이전에 만들어진 수많은 종류의 도기류와 정교한 세공품 들, 그리고 아름다운 조각상 들은 모양과 무늬도 너무 다양하여 마치 현대미술관에 전시된 작품들을 보고 있는 착각이 들 정도로 정교하고 아름다웠다.

아테네 고고학 박물관에서 역시 3시간 정도를 보내고 나니 너무 다리가 아파서 남은 시간은 다시 시티투어 버스에 올라 시내를 한바퀴 돌아보고, 다시 신타그마 광장으로 돌아왔다.


신타그마 광장에서는 공항으로 가는 지하철과 공항버스인 X95번 버스도 있지만 아테네 근교 해변으로 가는 트램 종착역이 있다. 그래서 편도 4유로 요금을 내고 아테네 근교의 지중해 해변을 다녀왔다. 트램을 타고 30분정도 시내를 빠져나가면 곧바로 아테네 근교의 지중해 해변에 도착할 수 있다.

내가 다녀온 지중해 해변은 아프리카 리비아에서 한 달 동안 있었을 때 고대 로마 유적지가 있었던 트리폴리, 사브라타, 홈즈 지역의 해변이 첫 번째 경험이었고, 이탈리아 나폴리 해변, 튀르키예의 보스프러스 해협, 그리고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해변 이후 아테네 해변이 다섯 번째이다.

신타그마 광장 앞 길

왕복 2시간의 트램 여행을 끝으로 둘째 날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간이 레스토랑에서 캐밥과 생오렌지 쥬스를 사서 호텔 방에서 저녁으로 먹었다. 여행에서 먹는데 비중을 두는 사람들도 있지만 내 경우는 사실 먹는 것엔 관심이나 비중이 별로라서 신경을 거의 쓰지 않는 편이다.      

아테네 가로수 중에도 많은 나무가 오렌지 나무이고, 주렁주렁 달리다 못해 바닥에도 수북이 쌓여 나뒹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테네 주택가 오렌지 나무들

그런데 이 간이 레스토랑에서 생오렌지 쥬스 한 잔을 주문했는데 종업원이 생오렌지 8~9개를 한꺼번에 반쪽을 내고, 모양이 둥그런 믹서에 반쪽을 엎어서 생즙을 내는데 쥬스 한잔에 오렌지를 8~개를 압착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테네는 오렌지가 너무 흔해서 오렌지 값이 무척 싼가 보다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하루 종일 강행군으로 호텔에 들어오니 몸조차 가누기가 귀찮을 정도로 피곤하여서 간단한 식사와 샤워 후 바로 쓰러져 버렸다.


아테네 셋째 날은 새벽부터 지하철을 이용하여 하루 일정을 시작하였다. 늘 자유여행을 하면서 편리함을 주던 지하철, 그러나 언제나 새로운 나라에서의 지하철은 표를 사는 것과 노선을 갈아타는 것이 미지에 대한 불안함으로 부담스러운 느낌이 들기는 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아테네 지하철은 3개 노선이 매우 간단해서, 파리나 동경 지하철에서 적응된 감각이면 아테네 지하철은 편하게 이용할 수가 있다특히 아테네는 버스와 지하철을 1일동안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는 4유로짜리 통합 티켙이 있어서 편리하다.     

아테네 지하철

처음 공항에서 공항버스 종점인 신타그마 광장까지 와서 호텔까지는 15유로나 주고, 크라운 플라자 호텔로 이동하였으나, 오늘 알고 보니 호텔에서 100m 거리에 지하철 3호선 역이 있었고, 이 3호선의 종점이 아테네 공항이었다.


지난 2일 동안 워낙 빡세게 돌아다녀서 그런지 이제 아테네 시내도 어느 정도 눈에 들어오고, 버스, 지하철, 트램, 택시 등 대중교통도 모두 이용해 보았고, 시티투어 버스로 다시 한 바퀴 정리하면서 짧은 2박 3일간의 아테네 자유여행을 마치고, 호텔check out 후 지하철 호텔 앞 지하철 3호선을 이용하여 아테네 공항에 도착하였다.     

다시 아테네→두바이→뭄바이의 여정으로 인도의 근무지로 복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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