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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홍섭 Apr 21. 2024

사우디아라비아 여행

나이숫자만큼 돌아본 지구촌 나라들 23번째 나라 


나이 숫자만큼 돌아본 지구촌 나라들

23번째 나라사우디아라비아 (12년 9월 ~ 15년 12)     


UAE의 두바이에서 4년을 보내고, 인도 뭄바이에서 근무하던 중에 첫 현장 소장으로 발령을 받아 간 곳이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2012년 9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3년 반 동안 생활하였다.      

같은 중동이라도 UAE의 두바이와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는 천국과 지옥처럼 차이가 나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유럽 사람들이든 아시아 사람들이든 대부분의 건설 엔지니어들이 근무를 기피하는 나라이다. 오죽하면 리야드에 근무하는 유럽 엔지니어들은 그들의 가족을 두바이에 남겨두고, 주말에 셔틀 비행기로 리야드와 두바이를 오가면서 생활하고 있을 정도이다. 같은 사우디리도 바레인이 가까운 아라비아 해변 쪽의 담맘이나 홍해 바닷가의 젯다에 비해서도 훨씬 열악한 근무환경 임에 틀림없다. 


특히 담맘 근처에서 근무하던 같은 삼성물산의 직원들은 주말이면 육로를 통해 비교적 자율적인 바레인으로 국경을 넘어가서 리프레쉬를 하고 온다고 들었다.      

2012년도에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공항에 내려서 가장 당황하게 되는 건 공항에 입국 절차를 밟는 동안 벌어지는 살벌한 상황들이었다. 공항 입국장으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비행기에서 내린 승객들을 마치 훈련소에 막 입소한 신병들과 같은 처지에 놓이게 만든다.

처음엔 약간의 자존감으로 버티려 하다가도 어느새 총으로 무장한 공항 요원들의 이리저리 가라는 위협적인 통제에 따라야 하는 황당한 상황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공항 입국장의 줄은 크게 사우디아라비아에 처음 입국하는 사람들과 ‘이까마’라고 불리는 취업 비자를 갖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자국민을 포함하는 GCC 국가 국민 등 세 그룹으로 분류된다. 

‘이까마’ 없이 처음 입국하는 경우는 두세 시간은 족히 이 공항 대기 줄에서 마냥 기다리면서 왜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오게 되었을까 하는 자괴감이 들도록 만들면서 험난한 사우디아라비아 생활을 걱정하게 만든다. 

최근 들어서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사우디아라비아를 UAE처럼 개혁 정책을 취하면서 현재의 공항 입국장 풍경은 천지개벽을 한 것처럼 변화하여 언제 그런 살벌했던 시절이 있었는지 모를 정도로 변했다고 하는데 그런 상황을 직접 눈으로 보지 못해 아직도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그리고 메르스가 한참일 때 알고 지내던 다른 회사 한국 주재원이 복막염으로 입원해서 대수술을 받으며 사경을 헤멜 때에도 입국 비자 발급이 쉽게 안 되어서 한국의 가족이 오지 못해서 안타까워했는데 지금은 인터넷에서 신청만 하면 관광비자가 바로 나오고, 공한과 시내에 우버 택시들이 돌아다닌다고 하니 참으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살았던 2012년 부터 2015년 까지의 시간 들이 불과 10년 전의 일인데도 지금의 상황과 너무도 많이 변해서 마치 옛날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첫 현장 소장으로 근무한 ‘타다울 타워’ 현장은 K.A.F.D(King Abdullah Financial District) 내에 지어지는 66개 동의 건물 중 가장 늦게 발주된 건물이다. 

K.A.F.D 내에 66개 동의 건물이 한꺼번에 지어지다 보니 가장 큰 이슈가 단지 내 Logistic Access 확보였다. 현장 부지의 2면만이 현장 주변의 Link Road의 Bridgeway에 연결되어 있을 뿐, Logistic Area가 전혀 없어서 K.A.F.D 단지에서 15㎞ 떨어진 곳에 Stock Yard 6,000㎡를 임대해서 1차 물류 장소로 활용하면서 밤 시간에만 현장으로 반입해야 했다. 

또한 착공하고 지하 토공사를 시작한 지 며칠 만에 지하수가 나와서 이 지하수를 K.A.F.D 단지 밖으로 처리하고 지하 골조 공사를 진행하느라 고생을 많이 하였다. 

지상층 골조도 평면이 4면에서 5면으로 바뀌는 트위스트 형상이라서 어느 한 층도 평면이 같지 않고 기둥의 단면도 나무줄기처럼 독특한 디자인이라서 쉽지가 않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는 U.A.E의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 타워와 함께 High Rise Building군을 이루고 있는 Business District를 모방해서 K.A.F.D 건설을 추진하였고, K.A.F.D의 중심에는 이 단지에서 가장 핵심인 5개의 건물군이 있는데 ‘타다울 타워’(사우디아라비아 증권 거래소 HQ Tower)도 이 중 하나이다. 

K.A.F.D는 전체 예산 78억 불을 들여 단지 내 호텔, 아파트, 오피스, 지원시설 등 66개 동을 동시에 건설하는 복합 프로젝트이였는데 지금은 리야드에서 가장 핫한 장소가 되었다.      

또한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네옴 프로젝트는 메스컴에서 자주 등장하는 경이적인 규모의 프로젝트이지만 과연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두바이도 마찬가지이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사람들의 운전 습관은 예의도 없고 난폭하기 짝이 없어서 특히 킹파드 로드 같은 대로에서 운전할 경우에는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몇 차선을 한꺼번에 깜빡이도 안 켜고 칼치기를 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래서 여성들이라도 운전을 금지하는 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여성들도 운전을 할 수 있게 허용이 되었다고 한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남녀 공중이 모일 수 없도록 영화관 및 공연장이 아예 없었고, 모스크가 남녀가 분리되어 예배를 드리듯이 식당들도 남녀가 먹는 공간이 철저히 분리되어 있었고, 가족의 경우에  한해 훼밀리룸에서 함께 식사가 가능하였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외식을 하려면 하루에 다섯 번 있는 이슬람 예배 시간에는 철저하게 문을 닫기 때문에 이 시간을 피해야 한다. 예배 시간 이전에 도착하여 식사 도중에 기도 시간이 되면, 식사를 다 마치더라도 식당 문을 닫아 버리기 때문에 기도 시간이 끝날 때까지 식당 안에 갇혀서 나갈 수가 없게 된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외국인이 거주할 수 있는 컴파운드라는 독특한 집단 거주 단지가 여러 곳 있다. 

내가 거주했던 리야드의 ‘킹덤 컴파운드’는 정문에 M60처럼 생긴 기관단총에 탄약 줄이 거치된 채로 전방을 향하고 있고, 사우디 무장 군인들이 출입자들의 신원을 일일이 확인한다. 

입구의 경비는 살벌하지만 막상 컴파운드 안으로 들어오면 컴파운드 거주민이 아무 때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야외 수영장, 실내 농구장, 테니스 코트, 볼링장, 탁구장, 스쿼시 코트 등의 다양한 스포츠 편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컴파운드 내에는 마켓, 레스토랑, 꽃집 등 다양한 상업 시설이 있어서 컴파운드 울타리 안에서 별로 불편하지 않게 생활할 수 있고, 컴파운드 단지가 워낙 커서 내부에서 산책을 할 수도 있다. 

컴파운드에서는 자체적으로 쇼핑몰과 컴파운드를 오가는 셔틀버스를 운영하면서 대중교통도 발달되어 있지 않고, 더더욱 여성 혼자서 다니기도 쉽지 않은 상태에서 여성의 운전마저 금지된 나라답게 편의를 제공하였다. 

이 컴파운드에는 레스토랑도 있는데 호텔 룸서비스처럼 이곳에 음식을 주문해서 집으로 배달시켜 먹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곳 안에서는 주류 판매는 안 하지만 개인이 가져온 술은 이 레스토랑 안에서 먹을 수 있도록 술잔은 내어 준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주류 반입이 엄격하게 금지되는 나라이고, 주류를 판매하는 곳도 없다. 미국이나 유럽의 대사관저에서는 외교행낭으로 반입해 오는 주류를 통해 주말에 자국 교민들을 초대해서 술을 곁들인 파티를 한다고 들었다. 

한국인들은 게스트하우스에서 포도주로 와인을 만들어 손님들에게 제공하거나 판매를 하였다. 나도 여기서 레시피를 전수 받아서 웰치 100% 포도주에 설탕과 이스트를 넣어 만든 와인을 만들어서 주말에 직원들을 컴파운드로 불러서 와인을 곁들인 식사를 함께 하곤 하였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전통 복장은 이슬람 종주국답게 이웃의 UAE의 두바이에서 보던 모습보다 더 엄격하게 지키고 있었는데 이런 복장마져도 무함마드 빈살만의 개혁 붐을 타고 많이 자유로워졌다고 하니 이전에 종교경찰이 엄격하게 복장을 단속하던 모습도 이제는 한국에서 장발 단속이나 미니스커트를 단속했던 과거 속의 옛이야기로 남게 되었다.       


중동의 원유 관련 뉴스에 흔히 등장하던 하얀 가운 같은 복장에 붉은 두건을 두르고 나오던 그들과 얼굴을 맞대고 함께 일을 하는게 내가 생각해도 처음에는 믿어지기 어려웠지만 두바이에서의 4년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3년 반을 합하면 7년 반 동안 중동 생활을 한 셈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근무하면서 삼성물산 리야드 법인의 PRO인 Mr. 모하메드의 딸 결혼식에 참석한 적이 있다. 저녁 8시에 결혼식을 한다고 해서 시간에 맞춰 당연히 저녁도 안 먹고 결혼식을 하는 장소로 갔는데 결혼식을 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흥겹게 춤을 추고 노는 시간이 이어지면서 10시가 넘어도 결혼식을 시작할 기미가 안 보여 인사를 하고 귀가하였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밤 11시가 되어서야 음식이 나오면서 결혼식이 시작되었다고 하였다. 결국 결혼식장에 가서 저녁 식사도 못하고 돌아온 셈이 되고 말았다. 

이날 리야드 지점의 한국 후배 직원은 부인이 한복을 입고 함께 결혼식에 참석했는데 결혼식 전에 부인 혼자서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과 옆 공간에서 처음 보는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과 한복을 입고 춤을 추면서 결혼식 전 파티를 즐겼다고 들었다. 

우리가 8시에 도착해서 결혼식이 진행되기 전까지 남성들을 남성들 공간에서 춤을 추면서 파티를 즐기는 동안 여성들도 옆에 다른 공간에서 흥겹게 춤을 추며 파티에 참석하였던 건데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여성들은 이 결혼식 전 파티에서 아예 니캅과 아바야도 벗어 던지고 댄스파티를 벌였다고 하였다.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 속에서 혼자 한복을 입고 댄스파티를 벌였던 직원 부인의 용기가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마치 신부가 된 것처럼 톡톡 튀는 모습으로 한국의 멋을 자랑하는 장소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 보았다.      


원래 사우디아라비아의 전통 결혼식은 굉장히 화려하며, 가족, 친구, 이웃, 동료 등 수백 명 이상의 손님이 참석한다. 이런 결혼식 풍경은 중동이나 인도 등 서남아시아와도 유사하다.

결혼식 준비는 여러 단계로 이루어지며, 일반적으로 약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먼저, 신랑 측과 신부 측은 ‘카바(Mahr)’라고 불리는 일종의 신부 가치를 협의하고, 결혼식 당일에는 신랑 측과 신부 측의 가족들이 모여서 ‘마흐리(Mehri)’라고 불리는 결혼 계약을 체결한다.

결혼식 당일, 신부는 아바야와 히잡을 차려입고 머리에는 화려한 액세서리를 달고 신랑의 집으로 향한다. 신랑은 타웁과 거타를 입고, 이갈로 거타를 고정하며 신부를 기다린다. 이후 신부와 신랑이 ‘베두인’ 부족에서 온 전통적인 춤인 ‘알-애디야(Al-Arda)’를 추면서 결혼식이 시작된다.

결혼식에는 다양한 음식과 음료, 디저트 등이 제공되며, 신부와 신랑은 서로에게 선물을 교환하며, 노래와 춤을 즐기면서 손님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리야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인데 아라비아반도 사막 한 가운데 있는 도시라서 특별히 찾아가 볼 만한 곳이 없다. 두바이처럼 바다가 가깝지도 않고, 운동 삼아 올라가 볼 만한 산도 없다.

기껏해야 리야드 시내의 공원이나 컴파운드 내의 길을 산책할 수 있는데 전부이고 영화관이나 공연장 같은 남녀 대중이 모일수 있는 시설들이 아예 없기 때문에 주로 대형 쇼핑몰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리야드도 두바이처럼 대형 쇼핑몰이 잘 발달 되어 있어서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은 쇼핑몰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 모습이다. 

그나마 다행인 게 컴파운드에서 15분 정도 차로 가면 리야드 골프클럽이 있어서 휴일에는 이곳에서 라운딩을 하면서 보낼 수 있었다. 1회 그린피는 약 5만원 정도 하였고, 맴버쉽 대신 100회 그린피 쿠폰을 구입하면 준 회원 대우를 해 주었기 때문에 이 쿠폰을 구입해서 휴일에는 주로 골프클럽에서 시간을 보냈다.       

리야드에서 살면서 굳이 시간을 내서 리야드 시내 바깥 지역을 찾아가 본 곳은 많지 않다. 말레이시아 현장에 근무할 때 모셨던 현장 소장님이 시간 날 때마다 자주 말씀하셔서 귀에 익숙하던 얀부라는 도시를 사우디아라비아에 있을 때 한 번쯤 찾아가 보고 싶었지만 특별할 게 없을 것 같아서 찾아가 보지는 않았고, 무슬림들이 평생에 한 번은 꼭 가고 싶어 하는 이슬람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도 맘만 먹었다가 직접 가 보지는 못했다.      

리야드에서 동쪽으로 600km 떨어져 있는 바레인 국경과 담맘을 당일치기로 다녀온 적이 있다. 담맘은 UAE의 두바이처럼 아라비아 해변에 위치한 도시이다. 같은 사우디아라비아라도 담맘 근처의 발전소 현장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육로를 통해 음주가 가능한 바레인으로 국경을 넘어가서 주말에 리프레쉬를 하고 돌아온다고 들었다.       

그리고 아내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약 3주 정도 머무는 동안에는 리야드에서 서쪽으로 1,200km 떨어진 제다에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가서 홍해 바닷가 리조트에서 1박2일 동안 보내고 온게 전부이다. 결국 사우디아라비아에서 3년 반 동안 살았지만 담맘에서 당일치기로 하루를 보냈고, 젯다에서 1박 2일 보낸 게 전부이다.   

   

리야드 시내에서 약 1시간 30분 정도 이동하면 Edge of the World라고 불리는 나름의 명소가 있어서 한번 다녀온 적이 있다. 미국의 그랜드 캐년이나 다른 캐년들에 비하면 많이 약하지만 그래도 한 번쯤 가 볼 만한 곳이기는 하다. 


리야드 시내에 국립 박물관이 있는데 너무도 볼 게 없어서 막상 가서 보면 실망하기 딱 좋았다.   

   

요즈음 사우디아라비아 북부 홍해 근처에 네옴시티 건설이 화제가 되고 있고, 삼성물산 후배들이 네옴시티 인프라 건설로 도로건설하는 토목현장에 참여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리고 사우디라라비아 여행 패키지가 새로 생겼다고도 한다. 시간이 지나면 내가 첫 현장소장으로 근무했던 KAFD 내 타다울 타워와 네옴시티 등을 다시한번 둘러 볼 날이 올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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