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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홍섭 Jun 21. 2024

슬로베니아 여행

나이숫자만큼 돌라본 62개국 지구촌 나라들 44번째 나라

나이 숫자만큼 돌아본 62개 지구촌 나라들 44번째 나라. 슬로베니아(18년 6)     

18년 6월, 뜻하지 않은 기회로 슬로베니아를 여행하게 되었다. 

인터넷에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조다리로 소개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스타리 모스트’ 다리 사진을 보고 무조건 이곳을 찾아가 보기로 마음먹었다. 


우선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수도인 사라예보에서 한인 민박집이 있는지를 알아보았다. 여행 블로그를 뒤지다가 사라예보의 한인 민박집 연락처를 찾아서 전화 통화를 하게 되었는데, 현재는 보스니아를 떠나 슬로베니아 류블랴나에 살고 있으며, 사라예보에는 한인 민박이 없다고 했다. 


슬로베니아에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까지는 그리 멀지 않고, 더불어 슬로베니아를 덤으로 여행할 기회가 될 것 같아 전화를 받은 분께 슬로베니아에서의 민박을 부탁해 보았다. 

현재 민박은 하고 있지 않지만, 슬로베니아로 여행을 오면, 사라예보에서의 민박집 경험을 되살려, 자기 집에서 민박과 여행안내까지 해주겠다는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그 후 카톡으로 숙박 및 가이드 비용을 알려 왔고, 약 한 달 뒤 슬로베니아의 류블랴나 공항에서 전화 통화와 카톡을 주고받았던 했던 그 여자분과 만났다. 


류블냐나 공항의 풍경은 아담하고 소박해 보였다. 


류블랴나 공항


공항에서 류블랴나 시내로 이동하는 동안 창밖의 풍경이 스위스처럼 온통 녹색의 초원과 만년설이 덮인 알프스의 산자락과 어울려 너무도 평화스러웠다. 류블랴나를 ‘유럽의 녹색 수도’라 칭송하는 이유가 실감이 났다.


류블랴나
류블랴나


류블랴나



류블랴나 전원 풍경

여자분의 렌트카를 타고 그녀의 집에 도착하였다. 6층짜리 아파트의 맨 위층이었는데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걸어서 올라가야 했다. 

방이 2개라서 고3 아들이 거실에서 자고, 대신 첫 민박객이 된 내가 학생 방을 사용하였다. 다음날인 일요일에 원래는 남편께서 운전과 가이드를 할 예정이었으나 교민 체육대회가 있어서 이른 아침 남편께서는 교민 행사장으로 떠났고, 여자분이 운전하는 렌트카를 타고 슬로베니아에서의 첫 여행지인 블레드 호수로 향했다. 

일요일이라 차량이 많지 않아서 블레드 호수에 잘 도착하였고, 공용주차장에 주차를 위해서는 미터기에 동전을 넣어야 하는데, 여자분은 가이드 경험이 없다 보니 동전을 준비하지 않은 것 같았다. 

솔직히 첫날 도착한 집의 방도 편치 못했던 터에 운전도 서툴고 주차장에 코인도 준비하지 않은 걸 보면서 가이드가 처음이라서 이해가 되면서도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암튼 다시 어렵게 공원 주차장을 빠져나와, 근처 슈퍼 같은 곳을 한참을 찾아 헤맨 뒤 가까스로 생수를 구입하고 잔돈으로 동전을 바꾼 뒤 주차장으로 돌아와 어렵사리 주차를 마쳤다. 

마치 운전을 갓 배운 아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목적지에 다다르는 첫 번째 임무를 완수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평화롭고 아름답기만 한 블레드 성, 성모 마리아 승천 성당은 이런 헤프닝을 한 방에 날려 버렸다. 

특히 블레드 성에서 내려다본 블레드 호수와 섬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성모승천성당은 에메랄드빛 호수에 박힌 또 다른 보석같은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슬로베니아를 잘 왔다는 생각이 압도하였다. 


블레드 호수와 성모승천성당



블레드 성에서 바라본 성모승천 성당과 블레드 호수

블레드 성을 둘러본 뒤 블레드 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플래트나’(Pletna)라는 이름의 배를 타야 했다. 배는 약 15명 정도 승객을 태울 수 있는 작은 크기인데 수질 보호를 위해 동력을 사용하지 않고 뱃사공이 직접 노를 저어 배를 몰았다. 



블레드 섬에 도착해서 ‘성모승천성당’으로 가기 위해서는 99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블레드 섬에서 결혼하는 신랑이 신부를 안고 이 계단을 무사히 오르면 평생 행복하게 산다는 전설 때문에 신랑이 신부를 안고 계단을 오른다고 했다. 


계단을 다 오르면 나타나는 성모승천성당 내부의 천장에는 남편을 잃은 슬픔에 수녀가 된 여인을 대신해서 교황이 설치한 소원의 종이 달려 있다. 종소리를 들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또 다른 전설이 있다고 가르쳐주어서 세 번 줄을 당기면서 소원을 빌었다.



성모승천 성당 내부

블레드 섬 성모승천성당 관람을 마치고, 다시 호수를 빠져나와 주차장까지 걸어서 가는 도중에 공원 한 코너에 아이스크림을 파는 노점상이 보여서 여자분에게 아이스크림을 먹자고 제안하였다. 


블레드 호수 주변 공원

아이스크림을 퍼서 담는 걸 잠시 기다렸다가 아이스크림을 받아 들고 주차장으로 이동하는 중에 뒤에 따라오던 중년 남녀가 여자분의 가방이 뒤로 제켜져 있다고 알려 주었다. 

아이스크림을 기다리던 중 그 짧은 순간에 몰래 소매치기가 여자분의 가방을 열고, 속에 들어 있던 손지갑을 훔쳐 갔던 것이다. 

분명히 주변에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마음속으로 혹시 이 중년 남녀가 소매치기는 아닌지 약간의 의심 마져 들었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다행이 지갑 속에 현금은 들어 있지 않았고, 현지 운전면허증과 한국과 거래하는 은행의 체크카드만 있었다고 해서 혹시나 소매치기가 지갑을 열어보고 현금이 없으니 쓰레기통에 버렸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주변의 공원과 쓰레기통 들을 여러 곳 뒤져 보았지만 지갑은 보이지 않았다. 

여행을 와서 현지에 있는 공원의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는 모습이 한심해 보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여자분을 진정시키고, 블레드 섬을 빠져나와 다음 여행지인 ‘보히니 섬’으로 이동하였다. 차량이 많지 않아서 여자분의 익숙하지 않은 운전 솜씨가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두 번째로 도착한 보히니 섬과 주변 공원의 풍경도 무척이나 아름답고 평화로워 보였다. 공원 주변을 한가로이 산책한 뒤 공원 벤치에서 여자분이 집에서 새벽에 준비한 도시락을 함께 먹으면서 여러 가지 류블랴나에서 살아오는 이야기들과 이곳 교민사회에 대한 생활 이야기를 들었다. 





오후에는 다시 류블랴나 시가지로 돌아와서 류블랴나 성곽과 구시가지를 둘러보았다. 류블랴나 성곽 위에서 내려다본 구시가지의 모습은 아름답고 정겨워 보였다. 


류블랴나 성에서 바라본 류블랴나 시가지


류블랴나 구시가지



슬로베니아의 수도인 류블랴나는 슬로베니아어로 ‘사랑스러운’이란 뜻이다. 사랑의 도시에 사랑을 이루지 못한 안타까운 사연을 간직한 동상이 있는 광장이 이 도시의 중심에 있었다. 


프레세렌 동상


율리아 흉상

슬로베니아 국민 시인으로 알려진 프레셰렌의 동상이 세워져 있어 프레셰렌 광장이라고 불렀다. 프레셰렌은 슬로베니아 국가를 작사한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사랑받는 시인인데 그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었다. 그는 부유한 상인의 딸이었던 율리아를 사랑했지만 신분 차이로 그녀와의 사랑을 끝내 이루지 못했고, 죽는 순간까지 단 한 순간도 그녀를 잊은 적이 없었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그리고 프레셰렌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동상이 되어 광장 저편의 건물 벽에 흉상으로 있는 율리아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다. 


류블랴나 성곽과 시가지를 도보로 걸어서 천천히 둘러본 뒤 해가 지고 밤이 되어서야 슬로베니아에서의 둘째 날을 마무리하였다.      


다음날은 민박집 남편분이 운전과 가이드 역할을 하면서 여자분과 셋이서 포스토니아 동굴과 아드리아해에 면한 도시 ‘피란’을 둘러보았다. 


포스토니아 석회동굴은 유럽 최대 규모이고 세계에서 2번째로 긴 동굴이다. 

들어갈 때 미니 기차를 타고 들어간다. 전체 길이는 약 24km이고, 일반에게 공개된 5km 중에서 3.5km는 미니 기차로, 나머지 1.5km는 걸어서 이동하면서 관람하였다. 동굴 관람을 마치고, 근처의 현지 식당에서 셋이서 점심 식사를 함께 하였다. 


미니 기차를 타고 동굴 내부로 들어감


포스토니아 동굴 내부


포스토니아 동굴 내부

오후에는 류블랴나에서 약 2시간 정도 차로 이동해서 아드리아해의 해변 도시인 피란을 찾아갔다. 

배들이 정박해 있는 항구를 지나면 먼저 타르티니 광장에 이르게 된다. 


피란 타르티니 광장

‘악마의 트릴’을 작곡한 이탈리아 대표적 작곡가 ‘주세페 타르티니’의 이름에서 유래된 이 광장은 타르티니가 이곳 피란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했다. 광장을 지나 피란의 성벽에 올라갔다. 성벽에서 내려다보는 피란의 모습은 붉은 지붕들이 모자이크처럼 보이면서 아드리아해와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 스르지 산언덕에서 바라다보았던 도시의 모습과 매우 흡사하였다.


피란


피란 해변에서는 멀리 이탈리아의 베네치아가 보일 듯 말 듯이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었다. 




멀리 보이는 반대편 해변이 이탈리아 베네치아 해변

아드리아 해의 숨은 보석이라 불리는 피란은 슬로베니아 남서쪽, 아드리아해 연안에 위치하면서 이탈리아와 슬로베니아의 국경과 멀지 않고, 바다를 사이에 두고 베네치아와 가깝다 보니 13세기 말부터 18세기까지 베네치아 공화국의 일부로 속해 있기도 했었다. 

걸어서 1시간이면 도시를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도시이지만, 중세 건축과 문화유산들이 작은 도시 내에 모여 있어 천천히 걸으며 중세 시대로의 여행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슬로베니아에서 3박을 한 뒤 다음 날은 새벽에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로 향해서 당일치기 여행을 마치고 자정이 다 되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다사다난했던 슬로베니아에서 4박을 하고 5일째 되는 날 다시 류블랴나를 출발하여 스톱오버로 낮시간 동안 이스탄불에서 잠시 여행을 하고 저녁 비행기로 이스탄불을 거쳐 6일째 되는 날 새벽에 인도 뭄바이에 다시 안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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