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그래서 어떻게 암인 걸 눈치챘나요?
쓸데없이 잘 맞아떨어진 전조증상들 1
병원에 다니면서 의외로 가장 많은 질문을 받은 건 '어떻게 암에 걸린 걸 알았어요?' 다. 어떻게 알았을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생각해 보면 암이 아닌 게 이상했을 정도로 몸이 망가져 있었다.
확진받은 날로부터 6개월 전.
직장인이던 나는 일을 하다 욱신욱신한 왼쪽 가슴의 통증을 느끼곤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가슴이 아닌 유방이 아팠다. 저 안쪽, 심장이 아닌 말 그대로 유방이 아팠던 거다. 며칠 내내.
저 요새 자꾸 가슴이 아파요.
점심시간에 직장 동료에게 지나가듯 말했더니 얼른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 동료의 어머니가 유방암 투병 중인 걸 알았기에 조언은 더욱 크게 다가왔다. 평소였으면 그냥 아픈가 보다~ 괜찮아지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텐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그날 회사 근처 상수동에 위치한 유방외과에 바로 예약 전화를 걸었다.
며칠 뒤, 처음으로 유방외과에 혼자 찾아갔다. 단순하게 여성 원장님이 혼자 운영하는 곳이라 선택했는데 초음파 검사 내내 바짝 쫄아 있었다. 나는 누구보다 대담한 척하지만 엄청난 쫄보이기에 그날 역시도 그랬다.
원장님은 젊은 나이에 혼자 오는 사람도 많고 무엇보다 초음파는 방사선이 나오지 않으니 많이 받아도 건강에 전혀 무리가 되지 않으니 언제든 찜찜하면 받으라고 했다.
그때 결과는 양성 혹이 있으나 이 정도 크기는 남들도 다들 있으니 6개월 뒤에 정기검진을 받아 보자고 했다.
그로부터 6개월 후, 반대쪽인 오른쪽에 암이 생길 줄 몰랐다.
잠깐 다른 얘기를 하자면 당시의 난 드라마 "질투의 화신"이 인생 드라마였다. 얼마나 좋아했냐면 종영 후 고가인 DVD를 사전 예약해 구입했고 제작 및 배송될 때까지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유방암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았다.
왜냐, 질투의 화신 속 주인공 이화신이 유방암 환자였으니까.
그래도 병원에서 아무 문제없다고 하니 심리적 이유 때문인지 통증이 사라졌다.
역시 모든 건강은 심리 상태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구나~ 느끼며 그럭저럭 지냈다.
그런데 몇 달 후 자꾸 잠이 왔다. 피곤했다. 쉽게 지쳤다. 입맛이 없을 때가 잦아졌다. 살이 빠졌다.
뿌리 염색 때문에 자주 찾던 미용실 스태프분이 살이 빠졌다고 요새 다이어트를 하냐고 했다. 29년 동안 과체중으로 살아온 나는 살 빠졌다는 얘기에 그저 좋았다(살면서 살쪘니? 소리는 들어봤어도 살 빠졌다는 얘기는 또 처음이었다).
그사이 회사가 망해 실직자 상태가 된 나는 헬스를 다니며 체력을 기르고 있었다. 자꾸 피곤해지고 축축 처지니까 운동하면 괜찮아질 줄 알았기에. 그런데 살이 저절로 빠졌다니 일석이조 아닌가.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