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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리카 Nov 10. 2022

유아기의 방문수업 어떻게 보십니까?

가성비 측면에서는 NO, 엄마의 휴식시간으로는 YES!


세진모터스 정리 이후, 방황의 시간을 겪은 , 무엇이라도 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 바로 ‘글쓰기 ‘방문미술 선생님이다. 물론   돈과는 거리가 멀다. 브런치에 글을  하는 일은 자아실현급의 일이고, 방문미술 선생님은 수업료의 반을 수수료로 업체에 내기 때문에 기름값, 소소한 재료비 등을 제하면 남는  없는 장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다룰  있는  하고 있다는 사실에 하루하루가 기쁘고 감사하다.


방문미술 선생님을 시작하면서 나에게 팬이 늘었다.

나의 사랑스러운 두 아이들이 열렬하고 유일한 나의 팬이었는데, (가끔 아이들 아빠도 거들기는 하지만……) 미술 선생님을 하고 나니, 나의 어린 제자들이 늘 열렬히 나를 환영해주어, 팬이 더 늘었다는 기분이 든다. 내가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은 4세~ 10세 아이들이다. 성별, 성격 스펙트럼이 다양한 이 아이들은, 어쩐지 나에게 선물로 주신 아이들 같다.


5세 아이와 함께 한 ‘숲속에서’

방문미술교육은 최대한 아이들의 자유를 존중해 줄 수 있고, 아이들 개개인의 성향에 맞추어 유동적으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유아 시기에 미술교육과 같은 활동들을 경험해 보는 것을 긍정적으로 본다.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또 방문미술 선생님을 하면서 느꼈던 방문교육에 대한 견해를 이곳에 매우 솔직하게, 하지만 조심스럽게 밝혀보고자 한다. 물론 이 글은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한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견해일 뿐이니, 누구든지 동의하지 않을 수도, 반박할 수도 있음을 전제한다.


가성비 측면에서 방문수업을 바라본다면 유아시기에 굳이 해야 하나 라는 입장도 있다. 방문수업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고, 수업 바이 수업, 선생 바이 선생으로 디테일하게 따져야 하나, 이 글에서는 일반적으로 뭉퉁그려서 이야기를 해 보겠다.

우선 선배맘들이 제일 아깝게 생각하는 사교육비가 무엇인지 귀를 기울여보자.

맘까페의 댓글 위주로 들여다본다면, 대부분 6세 이하에 지출한 방문 교육비다. 프**, 몬***, ㅌㅌㅇㅇ, ㅇㅇ, 등등 교재를 구입하면 주에 1회씩 선생님이 방문해서 교재를 활용해 교육을 시켜주는 프로그램들이다. 보통 아이가 태어나면 이 아이에게는 무엇이든 해 주고 싶고, 중요한 아이의 영유아 시기를 놓치고 싶지 않아 한다. 이 심리를 파고든 온갖 교재와 프로그램들이 엄마들의 혼란을 가중시킨다. 그리고 엄마들은 다른 엄마들과의 정보를 공유하면서 불안감에 지갑을 열고 만다.

물론, 교재 영업사원들의 말이 전혀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그 시기에 다양한 자극을 받으면, 아무래도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교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이들에게 앞으로 들어가게 될 엄청난 사교육비의 전체 액수를 따져 본다면 유아시기의 사교육비는 너무나 가성비가 떨어지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이제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사교육비의 규모가 달라진다. 그리고 중학교,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생각 이상으로 사교육비가 많이 들어간다. 그리고 그 시기가 되면 입시와 직결되는 금액이기에 선택의 문제를 넘어서게 된다.

그 시점이 되면 왜 영유아 때 이것저것 해본다고 그렇게 돈을 썼는지 후회가 막심하게 된다.

단순한 자극을 위한다면 차라리 아이들과 숲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아이들을 한 번 더 안아주는 것이 나았겠다는 생각도 들게 된다. 아이들에게 최고의 자극은 부모님(때로는 주 양육자) 와의 충분한 교감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엄마의 휴식’이라는 목적에서라면 적극 권장하고 싶다. ‘엄마의 휴식’은 그 어느 목적과 가성비를 초월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시기에 전업맘, 워킹맘 할 것 없이 아이에게 양질의 시간을 갖게 하는 것이 큰 숙제이고, 의무처럼 느껴진다. TV나 전자기기에 최대한 노출시키고 싶지 않은 게 엄마들의 마음이다. 하지만 아이들과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물론 아이들에게 꼭 자극을 줘야만 한다는 의무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그러나 최대한 아이들과 양질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엄마의 마음은 스스로에게 큰 부담이다. 이 시기에 엄마들에게 맡겨진 업무는 너무나 과중하다. 왜 여성들에게만 육아와 살림의 부담을 떠 안기느냐는 논쟁은 뒤로 하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엄마들이 육아, 살림, 더 나아가서는 수입 창출에 대한 부담까지 떠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방문교육은 이러한 엄마들의 부담을 일주일에 한 시간이라도 줄여줄 수 있다. 그것을 감히 금전에 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양질의 시간을 제공할 수 있고, 엄마들에게 육아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는 목적이라면 방문교육은 잘 활용해서 나쁠 것이 없다.


방문교육 선생님으로 활동을 하면서 가성비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젊은 엄마들이 참 지혜롭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새 나는 젊지 않은 엄마인 건가……)

나의 육아맘 시절을 돌이켜보면, 한시도 아이와 떨어질 수 없던 나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하고 있었다. 그나마 아이들 낮잠시간이 유일한 나의 힐링타임이었는데, 그마저도 아이가 낮잠을 안 자려고 하면 머리끝까지 짜증이 올라왔고, 당연히 아이들에게도 그 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 아이에게 친절하게 다정하게 대하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있는 에너지가 바닥일 경우가 많았다. 내가 선생님이 되고 보니, 수업을 듣는 아이들에게는 마음껏 허용하도록 하고, 따듯한 말로 가르치려고 한다. 그러나, 정작 나의 사랑하는 아이들에게는 모질게 대할 때가 많았고, 따듯하게 안아주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럴 때는 생각해 본다. 나에게 너무나 소중한 나의 아이들에게, 그저 내가 다 떠안고 있어야만 잘하는 것인 줄 알았고, 감당하지 못한 채 아이들에게 화내고, 짜증 내버린 나는 왜 이리 미련했던 것일까. 교육의 효과나 질을 따지자면 굳이 돈 주고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방문교육이 사실은  아웃풋이 목적이기보다는 ‘엄마의 숨통’이 목적이 된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방문교육의 한 시간 동안 내 아이를 다른 전문가에게 위탁함으로써 엄마는 아이를 더 따뜻하게 대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게 되고, 아이는 그 시간 동안 양질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맘까페에서 ‘4세 아이 어떤 방문교육이 좋을까요?’라는 글을 봤을 때 처음에는 크게 놀랐었다. 그보다 어린 연령대도 방문교육을 고려하는 글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는 것을 보며, ‘아니, 그 나이에 뭘 가르칠 것이 있어? 그냥 잘 놀아주기만 해도 되는 것 아냐? 할 수 있는 것이란 고작 감각체험, 그림책 읽기, 교구 만지기 정도인데, 이 정도는 엄마도 충분히 해 줄 수 있 것 아냐? 또 굳이 안 하더라도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자극을 담기에도 충분한 나이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 생각에는 아직도 변함은 없다. 특히 요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도 다양한 유아 교육프로그램들을 접목하고 있기 때문에, 하원 후의 시간에도 굳이 비용을 들여가며 반복적으로 해야 하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맞다. 잘 놀아주면 되는 것인데, 그 잘 놀아주는 것을 지속적으로 한다는 것이 엄마에게는 큰 숙제이다. 물질적인 여유가 있다면, 엄마의 휴식, 엄마라는 역할의 효율성을 위해 방문교육을 활용해 볼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의 역할에 미련하게 함몰되는 것보다, 비용을 들여 효율적으로 육아를 하는 것도 육아의 지혜일 수도.


방문교육 만으로 내 아이에게 대단한 아웃풋을 기대하지는 않는 것이 좋다. 넘쳐흐르는 정보 속에서, 불안감으로 방문교육을 기웃거리다 보면, 이것도 해야 할 것 같고, 저것도 해야 할 것 같다. 다시 말하지만 어떤 브랜드의 교육만으로 아이가 변하지는 않는다. 무엇이든 꾸준히 오래 해야지 효과가 있는 것이다. 주변에서 너도 나도 하는 특정 브랜드에 휩쓸리지 말고, 자신이 추구하는 교육 철학에 맞는 것을 찾아 한 가지라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기억해야 할 것은 그 교육은 아이를 위한 것이기보다 엄마를 위한 것이라는 것이다. 전업맘에게는 아주 잠깐의 휴식이 될 수도 있고, 워킹맘에게는 아이와 함께 보내지 못하는 시간을 대신해 주는 시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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