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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리카 Nov 18. 2022

워킹맘, 전업맘이라는 단어 좀 없애면 안 될까?

왜 우리들끼리 싸워?


왜, 우리들끼리 싸워야 하나?

가끔 맘까페에서 워킹맘, 전업맘 대립구도로 싸우는 것을 볼 때면 너무 안타깝다.


어느 엄마의 글이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적이 있었다.

내용인 즉, 유아 시절에 엄마가 아이를 돌보지 않으면 아이의 성격발달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영유아기에 될 수 있으면 엄마가 양육하는게 좋다는 글이었다.

이 글은 본 많은 워킹맘들이 들끓었다.

언제 적 고리타분한 생각을 하고 있냐? 극단적인 예로 상처주지 말라! 는 글들로 도배가 되었다.


또 어떤 글은, 전업맘의 나태한 하루에 대해 꼬집는 글이 있었는데, 이 글 역시 며칠 동안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하루하루 힘들게 버텨가는 전업맘들에게 주는 큰 상처였다.


양쪽 모두 해 본 나로서는 이런 글들을 본 때마다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엄마를 전업맘, 워킹맘 둘로 나눌 수가 있을까?


엄마는 엄마이다.


전업맘이라고 워킹을 하지 않는 엄마는 없다. 집안 살림, 아이 돌보기 모두 극한의 ‘워킹’이다. 워킹맘이라고 해서 모두 우리가 그리고 있는 커리어 이미지의 워킹맘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일반적인 나인 투 식스 근로자도 있는 반면, 프리랜서, 일용직, 자영업 등 다양한 근로의 형태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좋다, 나쁘다 조언을 해 주기 이전에 우리 ‘엄마’들에게는 위로가 필요하다.


큰 아이를 출산하고 일 년의 육아휴직 후 복직을 하지 못했다. 아이를 돌봐 줄 기관, 이모님을 알아보면서 좋은 어린이집 선생님과, 이모님을 위해 기도했다. 그러는 와중에 어느 신부님의 글이 너무 와닿았었다. (지금 책의 이름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왜 모두들 아이는 ‘내가 낳을 테니 누군가 키워주세요’라고 하느냐? 는 취지의 글이었는데, 그 글이 마치 나에게 하는 이야기 같았다. 엄마보다 더 좋은 양육자가 있을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육아휴직이 끝난 직후 사표를 냈다.


소위 말하는 전업맘이 되고, 깊은 우울감에 빠졌고, 한동안 헤어 나올 수 없었다. 내 주변의 친구들은 하나 둘 회사에서 입지를 다지고 쭉쭉 올라가고 있었다. 나 혼자 멈춰있거나, 아니 후퇴하고 있었다. 경제적인 부분도 부담스러웠다. 남편 혼자 버는 돈으로는 생활비나 겨우 할 뿐 내 집 마련은 아예 꿈도 꿀 수 없었다. 다시 사회에 나오고 싶었지만, 육아 라이프를 박차고 나오기란 쉽지 않았다.


이때는 워킹맘들이 팔자가 좋아 보였다. ‘뭐야, 자기 애 보기 싫어서 그냥 남한테 맡기고 간 거 아냐? 좋겠다. 돈도 벌고, 애도 누가 봐주고, 커리어우먼으로 멋지게 보이고.’


큰애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 나는 부모님의 사업을 이어받아 사회에 다시 발을 내딛게 되었다. (feat. 아버지의 선물;세진 모터 스쿨). 아무래도 사업을 운영하는 일이다 보니 일반 직장인에 비해서는 시간적인 조율이 비교적 가능했지만, 출퇴근과 육아의 병행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은 일대로, 육아는 육아대로 엉망진창인 삶이 시작되었다. 늘 아이에게 부족하게 해 준 것 같아 미안하고, 죄인이 된 느낌이었다.

오전에 회사 앞 카페에 삼삼오오 모여 브런치를 하고 있는 엄마들이 부러워졌다. 왠지 그게 전업맘의 삶의 전부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아마도 그들은 어쩌다 한번 숨 한번 쉬기 위해 모인 모임일 수도 있고, 바쁜 시간 쪼개 엄마들 간의 정보공유를 위해 모인 모임일 수도 있는데, 내가 반대편의 자리에서 바라보니 그저 부럽기만 했다. 그제야 내가 전적으로 육아만 했을 때, 나는 힘들고, 위축되고, 자유가 없는 시간이었지만,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는 일이 얼마나 큰 축복이었는지, 많은 워킹맘들이 부러워하는 시간을 나는 가졌던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조그만 아기들을 끌고 이곳 저곳 다녔던 나의 전업맘 시절은 아이들을 위한 시간이기 보다 나에게 보석같은 시간이다.

엄마는 그냥 다 힘들다.

집에서 온종일 아이만 보는 것도 힘들고, 숨을 헐떡이면서 출퇴근 전 후로 아이들을 돌보는 삶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제발, 그놈의 전업맘, 워킹맘 구도 좀 없애버렸으면 좋겠다. 지금 열심히 엄마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엄마들끼리 위로해주자.


‘엄마가 된다는 게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그 대단한 걸 해내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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