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활달한 센 언니 vs 일본은 귀여운 여동생
요즘 넷플릭스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는 단순히 아이돌이 되고 싶은 누군가의 꿈과 환상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일본 아이돌 산업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줌과 동시에, 그 허상에 대한 냉소적인 비판의 시선을 환생이라는 다소 극단적인 설정으로 보여준다.
한국도 아이돌 양성 시스템에 대한 문제가 여러 번 제기되어 왔다. BTS가 돌연 은퇴를 선언했을 때 분, 초 단위의 무리한 스케줄로 인한 정신과 육체적 성장의 저해, 단체생활과 사생팬들에 인한 사생활 침해, 신속한 업데이트를 위한 퍼포먼스의 기계화 등 K-POP 성공의 이면에는 아이돌 지망생들의 인권 침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깔려 있었다. 시대의 감각에 발 빠르게 대처하기 위한 세련된 감각을 민감하게 잡아내고, 하루라도 빨리 흐름에 앞선 음악, 안무, 영상을 뽑아내기 위해 정신없이 돌아가다 보니 심각한 번 아웃에 이르게 된다.
일본의 아이돌 시스템은 연예산업 마케팅 전략의 농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도도부현의 대표 한 명씩을 선발해 팀을 꾸린 AKB48만 해도 우리의 아이돌 그룹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개별 상품 여러 개를 하나의 세트로 구성해 저렴하게 판매, 각 개별 상품들을 또 별도로 굿즈화 하여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는 전략과 맞물린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 아이돌의 처우는 한국의 아이돌 보다도 더 열악하다. '최애의 아이'는 화려한 아이돌의 이면에 깔려있는 수익의 불균형 문제 역시 디테일하고 적나라하게 알려준다.
이렇게 아이돌 양산 시스템도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프로듀서들이 선호하는 아이돌의 이미지에도 차이가 있다. 특히 걸그룹의 경우 그 차이가 확연하다.
일본의 경우 추구하는 걸그룹 아이돌의 이미지는 귀여움, 미성숙함, 여성스러움, 사랑스러움이다.
'최애의 아이'에서의 주인공 아이는 아이돌 그룹 'B-코마치'의 일원이다. 그녀는 귀엽고, 반짝이는 이미지로 묘사된다. 프릴이 달린 소녀풍의 드레스, 긴 머리에 큰 리본 장식, 작고 귀여운 움직임의 안무는 아이에게 열광하는 시커먼 아저씨들의 모습과 대조적이다. 극 중에서 드라마에 출연하게 된 아이는 어느 카메라 각도에서도 귀엽게 보이는 게 자신의 특기라고 할 만큼 귀여움을 어필한다. 이렇듯 아이돌은 귀여운 미소를 파는 상품처럼 묘사된다. 사용되는 주된 색상도 알록달록 하고 화사한 색상들이 주를 이룬다. 특히 핑크, 연보라 등 달콤하고 부드러운 색상들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AKB48의 각 멤버들을 봐도 하나같이 머리에 리본 같은 장식을 달고, 교복 같은 의상을 입고, 동그랗게 뜬 눈에, 옅은 미소를 보이고 있다. 귀엽고, 순수한 소녀의 이미지가 주된 분위기를 이룬다. 이들의 화장은 큰 눈에, 옅은 볼터치와 내츄럴한 컬러의 입술로, 청순함을 강조하고, 이들을 귀여운 여동생같이 보이게 한다.
반면, 한국의 걸그룹 아이돌 이미지 경향은 발랄함, 강인함, 활동적인, 중성적임이다. 최근 한국 걸그룹 뮤직비디오 경향을 보고 조금 놀란 것은 전체적인 톤이 매우 강렬하다는 것이다. '블랙핑크'의 'SHUT DOWN'의 강렬한 비트와 검은 톤의 뮤직비디오의 배경 색은 말할 것도 없고, '르세라핌'의 'UNFORGIVEN' 역시 검은색과 붉은색의 강렬한 대비가 주를 이룬다. '아이브'의 'I AM' 역시 블랙 앤 화이트의 대비로 어른스러움과 세련됨을 강조했다. 짧고 검게 달라붙는 티셔츠에 긴 통바지, 검은 네일, 곧게 편 긴 생머리에 처피뱅 앞머리를 한 그들의 모습은 소녀스러움 보다는 어른스러움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다소 부드럽고, 귀엽다고 여겨지는 '뉴진스'의 'Hype Boy', '스테이시'의 '테디베어'까지도 시원시원한 안무, 활기 넘치는 발랄함, 힙한 의상, 붉은색 입술과 길게 강조된 눈매는 귀여운 이미지라기보다는 활달하고 멋진 언니의 이미지가 강하다.
이는 일본이 선호하는 여성상, 한국이 선호하는 여성상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주요한 단서이다.
한국이나 일본 양쪽 모두 서양권에서 보기에는 지나치게 여성성이 강조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둘 다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이미지 전략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의 기준에 미묘한 차이가 나타난다. 일본의 여성스러움과 아름다움의 기준은 순종적이고, 수동적인, 귀여움, 미성숙함이 강조되는 반면, 한국의 아름다움의 기준은 능동적이고, 강인하고, 세련되고, 유행에 대한 민감성이 강조된다. 일본은 여전히 여성의 수동성, 여성성이 강조되는 사회인 반면, 한국은 여성 평등에 대한 인식이 더욱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어찌 되었든, 양국의 연예산업과 그 중심에 있는 아이돌 양산은 은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문화의 생산과 소비의 핵심이다. 돈의 흐름을 유도하기 위한 고도화된 이미지 전략 속에서 양국이 선호하는 여성상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어느 것도 좋다고, 나쁘다고 할 수 없다. 다만, 생산되어지는 화려함 뒤에 가려진 그늘에 대해서는 양국 모두 한 번쯤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돌을 꿈꾸는 것은 상관없지만, 아이돌을 꿈 같이 생각하지 마'라고 하는 극 중 대사가 잔향이 되어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