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 vs常世(토코요) feat. すずめの戸締り(스즈메의 문단속)
정말 오래 기다렸다. すずめの戸締り(스즈메의 문단속)! 일본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이후 신카이 마코토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기대 이상으로 전작을 뛰어넘는 영상미와 정교하고 박진감 있는 스토리 전개에 보는 내내 가슴을 조였다. 신카이마코토의 전작들과 '스즈메의 문단속'에 대해 논해보고 싶은 요소들이 무궁무진 하지만, 상세한 언급은 스포가 될 수도 있으니 이번 글에서는 한 가지 포인트만 가볍게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여러 가지 요소들 중 특히 사후세계 또는 저승을 의미할 수 있는'常世(토코요)'라는 말이 듣는 내내 흥미를 끌었는데, 한국어로 번역하면 '저승'이 되겠지만, 언어가 갖고 있는 의미, 이를 통해 연상되는 이미지는 두 나라가 미묘하게 다르다.
돌아올 수 없는 먼 곳, 다른 세계의 의미로써의 저승
한국의 '저승'은 '이승'과 대립되는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승이 이생[此(이쪽)生]에 어원을 두고 있듯이 저승은 차생[彼(저쪽)生]에서 유래하였다. 즉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생을 현생, 이생으로 본다면, 저승은 사후에 가게 될 전혀 다른 분리된 어떤 세상을 말한다. 한국의 토속신앙, 종교관, 사후세계와 철학에 대해 가장 한국적으로 묘사한 드라마로 김은숙 작가의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를 들 수 있다.
이 드라마에서 망자가 저승으로 가는 길을 하늘 구름 사이로 끝없이 올라가는 계단으로 묘사했다. 이처럼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저승에 대한 이미지는 저 하늘 너머 있는 머나먼 세계로 종종 묘사된다.
주호민 작가의 웹툰 '신과 함께'에서도 저승 가는 길을 전철을 타고 가는 것으로 묘사가 되어 있는데, 저승에 대한 불교적인 해석을 기반으로 저승을 가는 여정 속에 여러 가지 단계를 밟는 과정이 상세히 묘사되어 있다.
죽음 이후 한 번에 바로 펼쳐지는 세상이 아니라, 여러 단계를 거쳐서 가는 구별된 곳, 머나먼 여정을 통과해서 가는 곳,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는 곳으로 묘사됨으로써 한국인의 저승에 대한 관념은 시공간이 분리된 어떤 곳으로 내재되어 있다. 이는 불교와 도교에 저승이 극락과 지옥으로 있다는 개념이 이어져 내려온 것인데, 흥미로운 것은 일본의 저승 즉 常世(토코요) 역시 도교사상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저승에 대한 이미지가 어느 먼 곳, 하늘 너머의 곳이라는 것으로 전개되었다면, 일본의 常世(토코요)는 이생과 공존하고 있는 별(別) 차원의 시공간으로 각 세상에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으로 전개된다. 결국 비슷한 종교와 철학에 기반을 두었지만, 고유의 토속적인 신앙과 사상이 결합하여 조금씩 다른 이미지로 생산 발전되었다고 볼 수 있다.
공존하는 영원불멸의 세계로서의 常世(토코요)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들이 묘사하는 常世(토코요)는 '저쪽의 어딘가 있을 세상'이 아니라 항상 이 세상과 공존하는 영원불멸의 세상이다. 常世라는 한자만 봐도 알 수 있다. 일상, 항상을 뜻하는 상常은 이미 그들이 생각하는 저승이 어딘가에 멀리 있는 곳이 아닌, 일상에서도 늘 영원불멸하게 존재하는 어떤 세상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그 세상은 단지 문 하나를 넘어 존재하고, 이곳과 저곳의 구별이 모호하다. 재난 3종세트에 모두 등장하는 것이 바로 이 문이다. 일본의 신사 입구에 볼 수 있는 전통 문인 鳥居(토리이)는 신성한 곳이 시작됨을 알리는 관문으로 여겨진다.
'너의 이름은'에 등장한 鳥居(토리이)는 전통적인 형태를 띠었고, '날씨의 아이'에서는 조금 더 간소화된 형태로 그려졌다. 이것이 '스즈메의 문단속'에서는 다양한 문의 형태로 확장되었다. 이 문들은 이생과 常世(토코요)를 구분 짓는 경계로, 시공간을 초월하지만 늘 현세에 공존하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즉, 常世(토코요)는 현세와 거리감으로는 오히려 밀접하게 붙어 있지만, 시공간을 뒤튼 신들의 세계, 사자死者와 생자生者를 나누는 구별된 세계임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의 고대 시가집 万葉集(만요우슈우)에는 常世(토코요)를 신들이 사는 곳이라고 묘사하였는데, 이들이 생각하는 저승, 즉 常世(토코요)는 단순히 사후에 들어가는 어떤 공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 신들이 자연과 만물을 움직이는 초자연적인 에너지가 밀집된 곳으로 보기 때문에 이를 현세와 분리시키지 않고 공존의 개념으로 인식하였다.
한국과 일본의 사후세계에 대한 관념의 뿌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 동아시아가 서로 공유하고 있던 불교, 도교, 유교 사상이 각 나라의 토속신앙과 결합되어 형성된 관념이다. 결국 같은 사상이라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토속적인 배경에 영향을 받아 상상되는 이미지가 발전하여 그 개념까지도 조금씩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은 두 나라의 미묘한 문화적 차이를 바라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이다. 한국의 저승에 대한 개념은 다른 종교와도 유연하게 결합되어 특히 근대에 이르러 기독교적 사상을 받아들이는데도 큰 역할을 했다. 성경에서 말하는 천국의 개념, 메시아가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은 저승길로 떠나가는 이미지에서 쉽게 재생산될 수 있었다. 반면 사후세계가 현세와 공존하고 있다는 일본의 常世(토코요) 개념은 천국이라는 이미지에로 쉽게 연결되기가 어려웠고, 이는 일본인들이 기독교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어려가지 이유 중의 하나로 이해될 수도 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すずめの戸締り(스즈메의 문단속)을 계기로 한국과 일본의 같은 사후세계에 대한 이미지의 미묘한 차이에 대해서 짧게 논해보았다. 애니메이션을 보는 내내 의도적으로 반복되는 이미지와, 대사들 하나하나 놓질 수가 없었다.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에 대해서는 기회가 되면 더욱 심도 깊게 다루어 보도록 하겠다. 아무튼 이 작품 애니 덕후라면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작품이다. 사실적인 묘사와 우주적인 영상미를 즐기며 그 안에서 묘사된 常世(토코요)를 한번 더 생각해 본다면 작품이 더욱 재미있게 다가올 것으로 기대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