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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와 착각

생각하는 프니 에세이

by 생각하는 프니

70대 할머니가 평생을 함께한 남편과 이혼을 하려 합니다.


치킨을 시켜 먹는 중, 치킨무 국물을 버리고 오는 동안 남편이 닭다리 2개를 다 먹어버려서 화가 났습니다.


또 다른 할머니는 카스텔라 빵을 먹는데 남편이 빵밑에 살짝 탄 부분을 말도 없이 다 먹어버려 화가 났다고 합니다.


왜?

의구심이 들지요.


치킨을 다시 주문하거나 카스텔라를 또 사 먹으면 되잖아?라고 반문합니다.

속 모르는 사람들은 별거 아닌 일로 치부합니다.


아마도 평생의 시간이 쌓여 감정이 폭발해버린거겠지요.


아내도 닭다리 좋아하고 카스텔라 탄부분 좋아합니다.

하지만 남편에게 양보해 왔지요.


그런데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생각해 보니 억울합니다.


남편이 아내에게 한번 권하지도 않는 상황에 화가 납니다.

아내는 항상 남편에게 배려해 줬는데 자신은 배려받은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편은 남편대로 억울합니다.

아내가 닭다리를, 카스텔라 바닥에 탄부분을 좋아하는지 몰랐습니다, 아니 싫어하는 줄 알았습니다.


수십 년을 함께한 부부도 서로를 잘 모를 수 있습니다.

살면서 습관이 바뀔 수도 있고 상황이 변한 탓도 있습니다.


곁에 있는 사람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가족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모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당연한 일이 당연한 게 맞는지 다시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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