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프니 에세이
꽃샘추위가 가시지 않은 날에도 꽃을 피웁니다.
봄은 미루지 않고 제 할 일을 열심히 해냅니다.
멀리서 보니 동백이 커다란 꽃다발이 되었습니다.
가까이 가니 먼저 진 꽃은 이미 바닥으로 떨궜습니다.
끝이 까맣게 지는 꽃송이가 군데군데 있습니다.
떨어져서 보면 분홍, 빨강의 꽃무리지만 가까이에는 시든 꽃들이 꽤 섞여있습니다.
제일 아래에, 나뭇잎에 가려 햇살도 제대로 받지 못한 한 구석에 분홍색 동백 한송이 탐스럽게 피었습니다.
지나는 바람에 덜렁거리는 폼이 애처롭습니다.
하지만 꿋꿋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같은 줄기에서 나고 영양분을 똑같이 빨아들였을 텐데 일찍 피고 늦피는 게 있습니다.
짧게 지나가는 봄인지라 인간들이 오래오래 보기를 바랐을까요?
우중충한 세상과 고된 일상에 울긋불긋한 꽃들이 온몸으로 반깁니다.
우리 인생의 꽃송이도 일찍 피고 늦피는 게 있습니다.
때에 맞춰 딱딱 피어나 제 할 일 제대로 하며 어깨 피고 다니면 참 좋을 텐데,
누가 잘 나갈 때 누군 못 나가고, 누가 엎어질 때 누군가는 달려갑니다.
인생 참 다채롭다 싶다가도 조급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머리에 흰머리 하나 잡히면 큰 일 난 것처럼 호들갑 떨다가도,
어느샌가 그럴 때가 되었지라며 조용히 받아들입니다.
'염색이나 때맞춰 늦지 않게 하지 뭐!'
일찍 핀다고 더 예쁘고 늦핀다고 덜 예쁘지 않습니다.
어느 꽃송이든 다 아름답습니다.
우리 인생도 빨리 가든 늦게 가든 아름다운 인생입니다.
멈추지만 않으면 됩니다.
내가 늦게 가는지 세상이 빨리 가는지 알 수 없지만 오늘도 한 발 한 발 묵묵히 걸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