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프니 에세이
별거 아닌 지나가는 인사말 정도의 짧은 한마디에 상처받았거나,
뻔히 아는 사이인데 못 본 척 지나가서 아는 체하려던 내가 뻘쭘하게 되었다거나,
나를 겨냥한 건 아닌 것 같은데 아예 모르는 사람의 행동 하나가 유난히 가슴에 맺힐 때,
이성적으로 판단하려 해도 감정이 먼저 울렁거립니다.
아침에 마주치는 동료 모두에게 같은 인사말을 건넸을 것이고,
마침 옆에 있던 동료가 커피를 엎질러 컵을 받아주려다 정신이 팔렸을 것이고,
내가 있는지도 모르고 툭치며 지나갔을 겁니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설명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마음이 편치 않다면 스트레스를 받아 민감해진 탓이라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마음에 담아둔 여유라는 통이 텅 비어 말라버린 탓입니다.
여유가 가득 차 있으면 외부의 사소한 충격에도 한 번 찰랑거리고 말 일인데, 한 방울도 남김없이 비어버린 통의 제일 밑바닥까지 울림이 더해져 발끈하게 됩니다.
우리가 하루에 소비할 수 있는 감정통의 크기는 정해져 있습니다.
오전에 한꺼번에 다 써버릴 수도 있고 저녁까지 써도 3분의 1 정도를 남길 때도 있습니다.
비우면 채워야 하는데 유독 채울 시간도, 기회도 없는 날이 있습니다.
감정을 삭이는 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보다 우선하는 건 먹고 싶은 한 끼를 제대로 먹어보는 거죠.
(전 자장면과 짬뽕을 먹었습니다.ㅋㅋㅋ)
탄수화물(특히 밀가루)과 나트륨은 신경안정제이자 신의 축복입니다.
감정을 다독이고 이성을 발휘하는 능력보다 식욕이 더 우선하는 게 좀 자존심이 상하긴 합니다만 거짓말처럼 여유통이 다시 채워졌습니다.
부모님들이 항상 제일 먼저 하는 말이 '밥 먹었냐'인 것도 다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