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완벽주의자

생각하는 프니 에세이

by 생각하는 프니

매년 같은 고민을 떠올리는 11월입니다. 한 해가 다 가기 전 연초에 세운 계획들을 돌아보며 '여태 뭐 했나' 후회하는 기간입니다. 어쩔 수 없이 매년 하게 되는 일종의 개인적인 연례행사입니다.


"요즘 '가능성에 중독되어 있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실제로는 아무것도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면서, 하면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만 하고 끝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짧고 쉬운 글의 힘>> 중 p27, 손소영, 인물과 사상사)


'중독'이라고 하면 왠지 자기 책임을 면할 수 있을 것 같은 말이지만 결국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부메랑입니다. '게으른 완벽주의자'란 표현이 있습니다. '완벽하게 해낼 자신이 없으면 아예 시작조차 하지 않는 사람'을 말합니다.

그럴듯한 핑계나 변명이 아닐까요?

'그냥 게으른 자'보다는 '게으른 완벽주의자'라는 표현이 훨씬 있어 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결과는 똑같습니다. 포장을 달리한다고 해서 내용물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아직 두 달이 채 안 되는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1월 1일에 굳은 다짐으로 썼던 계획들을 다시 점검해 보는 게 좋겠습니다. 손대다가 말았든지, 아예 엄두도 내지 못했다든지 그러다가 잊어버리고 말았던 계획들을 하나 둘 꺼내봅니다. 묵혔다가 내년에 시작하는 것보다는 지금부터 시작하면 적어도 내년은 올해보다 더 멋진 한 해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가을은 쓸쓸한 가슴을 안고 알록달록한 풍경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생의 유한함을 느끼면서도 그 안에서 어떻게든 즐거움과 기쁨을 찾으려 마음먹습니다. 사람 사는 게 다 똑같습니다. 매일 생각만 하고 끝나기도 하고 아예 있는지도 모르게 잊어버리기도 하고 띄엄띄엄 기분 내킬 때만 손대기도 합니다. 가능성만 쳐다보고 있지 말고 실천하는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