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프니 에세이
"무한히 펼쳐진 가능성 속에서 끝내 '나만의 수'를 찾아내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바둑이다.
나는 바둑을 예술로 배웠다.
이기지 못하더라도
'최선의 수'를 두는 것이 중요하다."
(<<이세돌, 인생이 수 읽기>> 이세돌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사람 무릎 슬개골 바로 아래, 슬개골 힘줄을 툭 치면 발이 자동으로 앞으로 나갑니다. 의지와 노력과 의도가 단 0.1%도 들어가지 않는 반사작용입니다.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 일터로 나가는 것은 바로 이 조건반사와 같은 일입니다. 샤워를 하면서 가기 싫다라거나 안 가면 안 되나 같은 생각을 수십 번 하더라도 결국 우리는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갑니다. 때에 따라서는 뛰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무릎 조건반사처럼, 고장 나지 않는 한 반드시 해야만 하는 선택지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그 언젠가가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그만둬야 할 일입니다. 그게 내일 당장이 될 수도 있고 십몇년이 걸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중요한 점은 우리에게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쉽게 내릴 수 있는 선택지가 아니기 때문에 마치 조건반사처럼 행동합니다.
인생에서 '나만의 수'를 찾는 일, 누군가에게는 예술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는 밥벌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주어진 삶 전체를 놓고 보면 사각형의 격자판 안에서 나만의 집을 짓고 있는 것입니다. 건너편에 앉은 자는 시간이겠지요. 시간을 상대하는 일에서 승패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나는 나만의 경로를 따라 예술을 펼치면 됩니다. 오늘도 내 생의 '최선의 수'를 하나 놓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