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프니 에세이
"감사는 자신이 가진 것들의 가치를 실제로 음미하는 데서 오는 감정이다."
(<<우울할 땐 뇌과학>> 엘릭스 코브 지음, 정지인 옮김, 심심)
걱정이나 불안, 우울이 찾아올 때 흔히 '가진 것에 감사하라'라고 말합니다. 감사일기를 써보라는 조언을 듣고 실천합니다. 감사할 목록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감사할 거리를 음미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차갑지만 신선한 아침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고 눈부실만큼 환한 햇살을 받으며 성큼성큼 걸을 때의 기분 좋은 리듬감을 즐기는 맛이 있어야 합니다.
건강함에, 아프지 않음에 감사한다고 쓰면서도 진짜 의미를 모릅니다. 몸이 아플 때에야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지루하다고, 또 출근해야 한다고 짜증내지만 멀쩡한 몸뚱이가 얼마나 고마운지 말이죠.
출근하는 중에는 가기 싫다 하다가, 가서는 집 가고 싶다고 외치지만 막상 월급으로 기름 자글자글한 곱창을 씹을 때나 삼겹살을 미나리에 싸서 입안에 넣을 때의 행복이 얼마나 고마운지를 잘 느끼지 못합니다.
삶의 고통을 실제 겪지 않고도 예견하고 헤아릴 수 있다면 그 사람은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이겠지요. 그리 되기 위해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그래서 지루하고 권태로운 하루가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지를 사건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한 문장을 일상에서 실천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뚝 떨어진 기온에 어깨를 움츠리고 '추워 죽겠다'라는 말을 읊조리는 이 순간이 어제 사라져 간 누군가의 간절한 하루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아무리 힘든 시간이어도 감사할 거리를 찾아 신중하게 음미해 보는 하루였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