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의 역설

생각하는 프니 에세이

by 생각하는 프니

레오 버스카글리아가 쓴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홍익출판미디어그룹)에는 '동물학교 이야기'가 나옵니다.


토끼, 새, 물고기, 다람쥐, 오리 등 많은 동물들이 모여 학교를 만듭니다. 토끼는 달리기를, 새는 날기를, 물고기는 헤엄치기를, 다람쥐는 나무 오르내리기를 수업에 넣고 싶어 합니다. 동물학교에서는 동물들이 지적, 정서적 경험을 위해 모든 수업을 다 받도록 결정했습니다.


토끼는 달리기에서 A를 받겠지만 날기를 못합니다. 선생들은 토끼를 가지 위에 올려놓고 날도록 격려합니다. 힘껏 뛰었지만 땅으로 추락했고 머리와 다리를 다쳤습니다. 토끼는 달리기도 못하는 처지가 되어 C를 받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노력을 가상히 여겨 날기에서 D를 줍니다.


새는 원래 날기에서 A를 받았지만 두더지의 특기인 땅파기 수업을 들어야 했습니다. 날개와 부리로 땅을 파다가 다치는 바람에 날기 점수에서 C를 받습니다.


이 학교에서 누가 수석을 했을까 죠? 바로 뱀장어입니다.

어떤 과목에서도 특출된 재능을 보이지 않던 뱀장어는 모든 과목을 그럭저럭 다 잘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뱀장어는 물속에서 아가미로 호흡하고 육지에서는 피부로 호흡합니다. 강에서 살다가 바다로 깊이 수압이 높은 데서 산란합니다. (바다에 살다가 강으로 올라와 산란하는 연어와는 정반대입니다.)


실처럼 가는 뱀장어가 강으로 다시 거슬러 올라오는 특징이 있습니다.(이 시기에 치어를 잡아 양식하는 방식입니다.) 먹을 게 없으면 육지로 올라와 달팽이를 잡아먹기도 한다는군요. 즉 바다와 강과 육지에서 모두 어느 정도 생존이 가능한 개체입니다.


"모든 과목에서 그럭저럭 잘하는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 교육제도 아래에서는 여러분이 어떤 사람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독특한 개체인 우리는 남들과 똑같아지는 데 만족해서는 안됩니다."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레오 버스카글리아 지음, 이은선 옮김, 홍익출판미디어그룹)


긴 인생을 놓고 보면 특정 과목을 좋아하고 잘하는 경우가 더 유리한 점이 많습니다. 적어도 이른 시기에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찾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아직까지 평균의 역설에 갇혀 있는 것 같습니다. 두루두루 잘하는 것이 특정 몇 과목만 잘하는 것보다 걱정을 덜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른이 되고 나서 자신의 길을 찾으려는 고민을 늦게 하는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