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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재 박종익 Aug 19. 2024

블랙홀

냉이꽃 당신

블랙홀


                                   우재(愚齋) 박종익


어둠이 내리면 불빛은 길이 됩니다

다가갈수록 눈부신 당신

나는 불나방처럼 당신을 찾아 두리번거립니다

구름이 손짓하고 바람이 등 떠밀어도

나뭇잎 한 장, 잔뿌리 한줄기 건사하지 않고도

무릎을 땅에 묻은 채 흔들림이 없는 당신

파도와 물살에 없는 길을 내어주며

바다 꼭짓점에 서서 뿌리내리고 계십니다

검푸른 물살에 기죽지 않고

먼 이별도 불 밝혀 주시는 당신

흔적 없이 꼬리를 감추는 별똥별에도

묵묵히 바닷길을 내어주며

빛이란 빛들은 모조리 거두어들이는 당신

별은 어둠을, 또 등대는 외로운 별을 삼키며

푸르게 푸르게 출렁입니다

블랙홀 옆에 서 있으면

억만 광년 떨어져 뒹구는 은하별이

금방이라도 내 발등 위로 떨어질 것 같은데

수많은 별빛 속에서 깜박이는 당신을

밤새 멍하니 찾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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