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우재(愚齋) 박종익
어둠이 내리면 불빛은 길이 됩니다
다가갈수록 눈부신 당신
나는 불나방처럼 당신을 찾아 두리번거립니다
구름이 손짓하고 바람이 등 떠밀어도
나뭇잎 한 장, 잔뿌리 한줄기 건사하지 않고도
무릎을 땅에 묻은 채 흔들림이 없는 당신
파도와 물살에 없는 길을 내어주며
바다 꼭짓점에 서서 뿌리내리고 계십니다
검푸른 물살에 기죽지 않고
먼 이별도 불 밝혀 주시는 당신
흔적 없이 꼬리를 감추는 별똥별에도
묵묵히 바닷길을 내어주며
빛이란 빛들은 모조리 거두어들이는 당신
별은 어둠을, 또 등대는 외로운 별을 삼키며
푸르게 푸르게 출렁입니다
저 블랙홀 옆에 서 있으면
억만 광년 떨어져 뒹구는 은하별이
금방이라도 내 발등 위로 떨어질 것 같은데
수많은 별빛 속에서 깜박이는 당신을
밤새 멍하니 찾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