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MeToo
냉이꽃 당신
by
바다시인 우재 박종익
Dec 2. 2024
MeToo
우재(愚齋) 박종익
아무리 사죄를 한다고 해도
용서는 인간의 몫이 아니다
평생 펜을 들고 있는 자와
펜
으로 위장한 칼 찬 사람도 더러 있다
달팽이보다 더 순
한 칼집 속에서
날카로운 칼을 꺼내어
둥근 꽃잎 도려내고
꽃송이를 잘라 버렸다
가면 쓴 칼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아직도 칼날에 낭자하게 적셔나온 붉은 눈물
칼을 겨누는 것도
칼을 거두는 것도
허공에다 아무리 소리쳐봐도
빨가벗은 목소리는 달팽이관을 찾지 못한다
용서받는다면
부끄러움을 이길 수 있는 것인지
용서할 자격이
정말 인간에게 있는 것인지
절대권력으로 함부로 꽃가지 흔들어 대던
저 비열하고 미련한 짐승이, 아니 칼날이
오직 신만의 영역에서 MeToo를 지워보려고
온몸으로 발버둥 치고 있다
신은 가면 쓴 사람을
여전히 알아보지 못한다
keyword
만년필
범죄
용서
336
댓글
2
댓글
2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바다시인 우재 박종익
직업
프리랜서
쓰러지지마
저자
한국예총 「예술세계」 신인상, 해양문학상, 한국해양문학상, 전국호수예술제대상, 신춘문예당선, 아르코문학창작기금선정작가 시인, 창작사진가, Editor, 색소포니스트
구독자
3,124
제안하기
구독
작가의 이전글
링
홀로서기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