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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

2023년 <메타문학> 봄.여름호

복수


우재(愚齋) 박종익


오늘 아침 침을 뱉었다

무언가 뱉어내지 않으면

사는 게 너무 억울할 것 같아서다

그가 돌아올 자리에 침을 뱉는 동안

그는 또 다른 얼굴에 화를 뱉으며

더러운 낙서를 하고 있었다

결코 그의 얼굴에 침을 뱉을 수는 없었지만

통쾌했다

소심한 앙갚음에 대해 아무도 알 리 없고

그의 엉덩이에 찰싹 붙어 있는 침이

문신이나 얼룩으로 물들 일은 없겠지만

그의 의자는 아무 말 못 하고

나의 마른 침이 근처를 향한 것만으로도

잿빛 얼굴로 온몸이 굳어 있었다

숨진 돌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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