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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게, 저 땅은 자네가 가지게

2022년 고양문인협회 [고양문학] 제57호에 발표

여보게, 저 땅은 자네가 가지게


우재(愚齋) 박종익


터가 마음에 들어 오만 평을 샀다

한강이 발등에서 흐르고

눈비 몰아치는 날에도

바람 한 점 얼씬거리지 않고

황금빛 하늘 머물러 주고 가면

때때로 둥근 달 차오른다


토지이용계획에도 안 보이고

지적도에 나오지 않는 땅

등기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다

오늘 밤 저 멍텅구리 구름 걷히면

한 오만 평은 더 찜해야겠다

측량은커녕 팻말조차 세우지 않아도

아니, 내 땅을 당신 땅이라 우겨도

시비 가리면서 가슴 도려낼 일 없다


저녁 별들이 서로 공증해 주겠다고

부동산 쇼핑하러 오라며 눈짓하는데

나도 윙크하며

깜박 속아 넘어가 줘야겠다


달 밝은 밤에 술 한 상 거나하게 차려 놓고

눈에 보이는 땅, 몽땅 끌어모아서

친구들에게 펑펑 나눠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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