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게, 저 땅은 자네가 가지게
2022년 고양문인협회 [고양문학] 제57호에 발표
by 바다시인 우재 박종익 Sep 10. 2023
여보게, 저 땅은 자네가 가지게
우재(愚齋) 박종익
터가 마음에 들어 오만 평을 샀다
한강이 발등에서 흐르고
눈비 몰아치는 날에도
바람 한 점 얼씬거리지 않고
황금빛 하늘 머물러 주고 가면
때때로 둥근 달 차오른다
토지이용계획에도 안 보이고
지적도에 나오지 않는 땅
등기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다
오늘 밤 저 멍텅구리 구름 걷히면
한 오만 평은 더 찜해야겠다
측량은커녕 팻말조차 세우지 않아도
아니, 내 땅을 당신 땅이라 우겨도
시비 가리면서 가슴 도려낼 일 없다
저녁 별들이 서로 공증해 주겠다고
부동산 쇼핑하러 오라며 눈짓하는데
나도 윙크하며
깜박 속아 넘어가 줘야겠다
달 밝은 밤에 술 한 상 거나하게 차려 놓고
눈에 보이는 땅, 몽땅 끌어모아서
친구들에게 펑펑 나눠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