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로뎅
2022년 <미래시학> 겨울호에 발표
by 바다시인 우재 박종익 Sep 11. 2023
잠자는 로뎅
우재(愚齋) 박종익
이 자리에 앉으면 세상은 아득해야 하고
끝까지 들통나지 않아야 작전이다
문이 열리고, 바스락거리는 잡음들
발걸음 소리가 폴카 리듬을 타고
한 방향으로 빠지다가 서로 엉키면서
불협화음으로 끝난다
거친 숨소리들이 잦아지면
오른쪽은 고요한데 왼쪽은 소란스럽다
누군지는 몰라도 묵상을 깨뜨려서는 안 된다
안내 방송이 눈 감고 잠겨있는 몸에
발길질을 시작한다
다음 역은 방빼동, 방빼동역입니다
4개 국어가 이단옆차기를 하며
전속력을 다해 귓속을 파고든다
내가 내려 할 역은 아직 한참 멀었는데
2호선이 보이지 않아야 하고, 강변역은
처음부터 없는 역이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