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
우재(愚齋) 박종익
며칠 전부터 골목 전봇대에 걸린
진돗개 순종 입양 광고가
반갑기도 하고 씁쓸하다
분명 성골은 드물 터이고
진골도 더듬어 가려내기 쉽지 않을 터인데
궁금하기 짝이 없다가도
일방적으로 스펙을 요구하는
저 어색하고 불편한 입양 광고가
제멋대로 견생을 애끓어서 하는 걸 보면
아는 만큼 따라 짖는 건 사람이나 강아지나
별반 다를 게 없지 싶다
골품제도를 만들어 낸 범인은 분명
개들이 아닐터,
어디에다 대고 짖어대며 물어뜯어야
직성이 풀어질 것인가
자기 신분 알 리 없는 강아지와
오직 사람 만이 따지려 드는
저 몇 줄 안 되는 고약한 심사가
광고지와 내 머릿속에 추를 달고 왔다 갔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