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
우재(愚齋) 박종익
빨랫줄에 경전이 걸려 있다
고슬 바람 몇 줄 펄럭이다 가고
햇살은 애기똥풀 잎사귀 펼쳐놓고
그늘 몇 쪽은 족히 읽었을 참이다
솜구름이 보송보송 봉우리를 넘고 있을 때
마른 물살 치며 열반에 든 흰 바다,
백사장에 어슬렁거리는 게으른 햇살이
그네를 타고, 바람은 이름 없는 섬을
한 번에 읽어나갔다
엄마는 대야 가득 좌표에 없는 무인도
얼룩빼기 지도를 펼쳐놓고
잿물에 꺾이고 부러지는 얼룩 대장경이
소리소문없이 잠들기도 했다
한바탕 거대한 전쟁을 치르고 나면
노래하는 솜구름은
목화밭 고랑에 핀 영가를 뽑아내고
산등성이에 슬어있는 눈물도 닦아주며
마른 그림자도 털어내곤 했다
종일 바지랑대에 걸린 빛줄기 다 거둬들이면
바구니에서 어린 천사의 웃음이
노래인 듯 경전인 듯
햇살에 접혀 마르는 얼룩 대장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