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

제24회 한국해양문학상 수상

기저귀


우재(愚齋) 박종익


빨랫줄에 경전이 걸려 있다

고슬 바람 몇 줄 펄럭이다 가고

햇살은 애기똥풀 잎사귀 펼쳐놓고

그늘 몇 쪽은 족히 읽었을 참이다

솜구름이 보송보송 봉우리를 넘고 있을 때

마른 물살 치며 열반에 든 흰 바다,

백사장에 어슬렁거리는 게으른 햇살이

그네를 타고, 바람은 이름 없는 섬을

한 번에 읽어나갔다

엄마는 대야 가득 좌표에 없는 무인도

얼룩빼기 지도를 펼쳐놓고

잿물에 꺾이고 부러지는 얼룩 대장경이

소리소문없이 잠들기도 했다

한바탕 거대한 전쟁을 치르고 나면

노래하는 솜구름은

목화밭 고랑에 핀 영가를 뽑아내고

산등성이에 슬어있는 눈물도 닦아주며

마른 그림자도 털어내곤 했다

종일 바지랑대에 걸린 빛줄기 다 거둬들이면

바구니에서 어린 천사의 웃음이

노래인 듯 경전인 듯

햇살에 접혀 마르는 얼룩 대장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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