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합
우재(愚齋) 박종익
물속에서는 단 한 번도 주먹으로
바다를 때려 본 적이 없는 아이들
백사장 위에서는 물 주먹을 쥐어보지만
파도와 싸울 때만은 손바닥을 편다
갯바위에서 잡은 참고동을 걸고
너럭바위까지 물속을 달리는
새카만 원시의 전사들
명절이면 불알친구들 불러모아
오랜만에 한잔 거하게 들어가면
갯바위에 오지게 붙어있는
화려한 무용담이
저마다 기억 속에서 꿈틀거리며 살아 나와
잊히지 않는 전설이 된다
그것을 기억하는 증인은 희미하지만
패자의 기억은
벌써 파도에 쓸려 간 지 오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