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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렬 PAIIEK Jan 03. 2024

서신 : 나와 여러분의 세계

각자의 세계를 담을 이야기의 서문

여러분들에게


2024년이 되었고, 나는 스위스 어느 산골 마을에 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한 해를 잘 시작하셨길 바란다. 


매년 초 나는 지난 한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기 위해 가능한 외딴곳에서 오롯이 혼자인 시간을 가지곤 한다. 2020년의 강원도, 2021년의 거제도, 2022년의 제주도 그리고 2023년의 스위스와 지금의 스위스가 그러하다.


한 해 동안 노폐물처럼 쌓인 잡신호 (Noise - 시각, 청각을 포함하여 나에게 불쾌함을 주는 모든 것들) 가 가득한 서울을 떠나 이렇게 혼자 있다 보면 육체적으로 그리고 심적으로 더욱 청명해지는 한편, 지난해의 나의 잘못과 아쉬움, 성취를 돌이켜보게 된다. 또한, 내가 마주한 새로운 해의 목표, 지향점, 그리고 그 속에서의 나를 생각하게 된다. 


2019년 대학원에 입학한 이후, 연구와 음악, 그리고 여러 매체를 통해 나는 각 분야에서 투신하는 동시에 많은 이들의 세계와 마주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새해에는 꼭 이러한 삶 속에서, 쉬이 흔들리거나 휩쓸리지 않고 나의 현 상황과 목표를 명확히 바라보는 한편 내가 추구하는 바와 가치관을 주지한다는 목표를 상기한다.


종종 나는 마주하는 세계들과 그 속의 사람들을 게임 혹은 판타지 영화의 그것들에 비유하곤 한다. 다음과 같은 분류는 전적으로 나의 관점이므로 혹여 마음이 상하거나 의아한 부분이 있어도 양해를 부탁하는 바이다. 이를테면, 대학원에서 함께 연구하는 이들은 연금술사나 학자,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엘프 등으로 구분하곤 한다. 기타 분류는 추후 기회가 된다면 그리고 궁금하다면 언급하겠다. 


이렇게 소위 구분된 '종족'들과 그들의 세계 속에서 나는 한 명의 탐험가로서 그들과 함께 생활하고, 일하며 가끔은 반목한다 (건강한 방향으로 이끌어 지긴 한다만). 더불어 내가 그리고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세계를 탐험하고, 어떠한 공통의 목표  - 게임에서는 임무 (Quest) - 를 향해 각 종족을 아울러 새로운 모험을 떠나기도 한다.


본디 효율과 목표를 중시하며, 스페셜리스트 보다 제너럴리스트에 가까운 나로서는, 한 종족에 머물러 '장인'으로서 기능하기보다 여러 종족과 함께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이들의 공통 목표를 찾아, 각 종족만으로서는 어렵지만 함께라면 달성 가능한 목표를 이루게끔 하는 것이 적성에 맞았다.


다만, 이러한 탐험과 모험의 삶이 지난 몇 년간 지속하면서 지칠 때가 많았다. 육체적으로 지치는 것은 차치고, 내가 관리할 수 있는 시간과 역량을 넘어서는 경우를 마주할 때가 있다. 또한 여러 종족과 세계를 마주하며, 막상 내가 어떤 세계의 사람인지 나는 어떠한 것을 추구하는지 자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그 피로에 크게 일조했다. 이러한 피로와 고민은 꽤 자세하게 이야기하고 싶어, 차차 더 상세히 풀어나가기로 한다. 더해서, 현재 내가 위치한 이 스위스 산골 마을의 데이터 상황이 여의치 않음도 변명의 이유로 제시한다. 


여하튼, 매 해의 초입에서 이렇게 나를 돌아보는 한편, 새로운 한 해의 계획을 짜는 시기를 오롯이 혼자 가지며 나는 몸과 마음에 쌓인 잡신호들을 없애고, 하나의 독자적인 세계를 바탕으로 여러 세계를 탐험하며 나 자신을 잃지 않고자 다짐한다. 혹자는 욕심이 너무 많다, 지치지 않느냐, 그리고 보다 성과를 위해 하나에 집중해라 이야기하곤 한다. 하지만 그에 대한 나의 반론은 명확하다. 자세한 반론과 나의 이야기 역시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겠다. 변명의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다. (이때 여러분들의 관심만 필요하지, 유료 결제는 없다)


이번 서신은 나의 이야기를 전하는 한편, 여러분의 세계와 마주하고자 하는 요청을 담은 서신이다. 그리고 각자의 세계를 담을 이야기의 서문이기도 하다. 두서없이 진행된 이 글이 여러분, 또 다른 종족들에게 닿을 수 있는 서신으로서 성공적으로 기능하길 바라며 이만 마무리한다. 무탈 하시라.


Bonne annee.


2024. 01. 02. 

Noiraigue, Suisse.

백승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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