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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온 Oct 22. 2022

우린 결국 괴물에게 아이들을 맡겨버렸다.

괴물을 마주하고도 괴물을 키우고 있는 건 아닐까

학교에 강의를 나갈 때면, 요즘 아이들은 과거의 우리와 사뭇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아이들의 언어와 문화가 다르다는 것은 당연히 나와 다른 세대에서 태어난 아이들이니 이해하고 또 존중하려고 노력하지만 최근에는 깜짝 놀라는 일이 많아졌다. 특히 그 이유의 저편에서는 늘 유튜브라는 이름이 들려오는데, 한 번은 이런 일례도 있었다.


초등학생의 마지막 차시의 수업으로 아이들에게 자유적인 글쓰기를 하도록 유도해봤는데, 한 아이가 내게 물었다.


“잔혹동화를 써도 괜찮나요?”


사실 그 말은 그렇게 신선한 충격이나 문화적인 세대차이 따위로 치부될 정도의 일은 아니었다. 나 또한 비슷한 나이대였을 때 그런 자극적인 소재의 글들이 인기가 많았고 친구들이 하는 으스스한 얘기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으니 말이다. 그래서 작가와 선생의 중간에서 내린 나의 중립적 답은 이러했다.


“당연하죠! 오늘 수업은 말 그대로 자유주제니까요! 그러니 선생님은 우리 친구가 쓰고 싶은 주제에 대해 제한을 두지는 않을 거예요. 그러나 친구들 중에서 잔혹한 이야기를 싫어하는 친구도 있는 것 같으니 발표하는 것은 조금 어려울 수도 있어요.”


이렇게 잘 타이르고 나자 그 아이는 고개를 책상으로 떨구며 열심히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자 한 친구가 내게 다가와 조심스레 건넨 물음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선생님, 아까 잔혹한 글도 글이 될 수 있다고 하셨는데요. 그러면 동물을 괴롭히고 폭행하고 심지어는 XX 하는 것도 글이 될 수 있는 건가요? 저 친구는 그런 글을 써요.”


나는 잠깐 멈칫했다. 순간 하얀 백지가 된 머릿속에 아이들이 말한 내용을 마주하니 검은색 스포이트 잉크 한 방울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그 조심스레 다가온 친구에게는 이에 대해 잘 설명하여 돌려보냈지만 충격은 그렇게 쉽게 가시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직면한 문제는 그 친구만의 것이 아니었다. 연달아 진행되는 수업에 쉬는 시간이 찾아왔고, 또 한 친구가 쉬는 시간을 틈타 내가 아닌 다른 선생님의 수업시간에 썼던 자신의 글을 자랑하듯 보여주는데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위계적인 사이에서 일어난 성적인 관계에 대한 자세한 묘사…


그러니, 선정적이고 자극적이고 잔혹한 내용은 한 아이의 것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 이외에도 다른 아이는 마약에 대한… 누구는 주식 투자에 대한… (아마 넷플릭스의 수리남, 오징어 게임을 본 듯하다)


단순히 그런 사회문제를 다루고 해결하는 것 따위의 생각보다는 그러한 것들을 따라서 하고 싶고, 선망하는 등 그러한 내용이었다. 난 그런 내용이 초등학생 저학년을 갓 벗어난 아이들의 입에서 퍼져 나온다는 사실이 가히 충격적이었다. 물론 난 창작의 자유를 지키는 작가이기도 하면서, 그 순간만은 아이들에게 나는 ‘무엇을 가르쳐주는’ 선생이기도 하였기에 이 문제에 대해 많은 것이 궁금해졌다.


우선 쉬는 시간이 끝나고 아이들에게 내가 가장 먼저 물은 것은 자극적인 글을 쓰는 친구들이 조금 많은 것 같은데, 혹시 어디서 이런 내용을 전해 듣거나 알게 되었냐 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하나같이 외친 한마디는 다름 아닌 유튜브였다. 유튜브에서 봤다, 유튜브 댓글에서 봤다, 알고리즘으로 다 알 수 있다 등…


역시 범인은 유튜브였다. 유튜브의 긍정적인 역할도 분명히 있겠지만, 조회수에 혈안이 된 유튜버와 그런 유튜버를 통해 벌어들이는 광고 수익에 혈안이 된 유튜브 그리고 그런 자극적 소재를 추천하는 AI 알고리즘이 마치 트라이앵글처럼 끊임없이 돌아가 아이들을 그 속에 가두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텐데, 유튜브의 초기화면. 그러니까 아무것도 로그인하지 않고 아무것도 시청하지 않은 상태로 유튜브에 로그인을 하게 되면 정말 자극적인 영상들이 하나씩 추천된다. 그러한 내용이 아니지만, 영화 리뷰랍시고 그 영화에서 나오는 30초 간의 선정적인 장면만 크롭 하여 말도 안 되는 제목을 붙여놓는 채널과 이슈 채널이라는 명목 하에 과장되고 자극적인 말로 누군가를 비난하기만 하는 채널… 그걸 한 번 누르면 다음부턴 그런 영상만 뜨는 것이 알고리즘이다.


예전에는 그러한 영상들의 조회수가 2-300만 심지어는 500만 회를 찍는 것을 보며, 저러한 것을 누가 볼까 하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신고를 하거나 짧은 항의 댓글을 달곤 했는데 그런 자극적인 영상에 우리 아이들이 노출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늘 신고를 했을 때에 유튜브는 자사의 가이드라인 기준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아이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어린 친구들이게 그런 것을 미디어라고 쥐어준 어른들이 너무 미안할 따름이다. 지금이라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조회수가 곧 돈이 되는 세상, 돈을 벌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자극적인 일을 벌여하는 세상.


모두가 문제를 알고 있지만, 그걸 제재하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아마 어떤 이는 언론탄압 기업 탄압이라 외치기도 하겠지… 그렇다고 우리는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괴물이 커가는 모습만 바라보아야 하는가…


우리 어른들이 이러한 문제에 직접적인 해결보다는 외면을 택하면서 아이들은 익숙해져 가고 무뎌져 갔고 결국 유튜브란 괴물이 탄생했겠지 우린 지금 괴물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말 몹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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