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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온 Jun 01. 2023

성추행을 당했다.

기록으론 꼭 남겨야한다는 마음으로

자리가 널널한 학교 셔틀버스에서 그는 내가 앉자마자 내 옆에 앉았다. 나는 한 학기를 마무리하며 동아리 부원들에게 잘 보이고자 한껏 꽃이 그려진, 무릎을 채 다 덮지 못하는 정도의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차가 출발한지 얼마 채 되지 않아 그는 고개를 내 쪽으로 젖혀 원피스 사이의 가슴쪽을 쳐다봤다. 우연이겠지 싶어 머리카락을 최대한 앞쪽으로 모아서 원피스의 윗부분과 가슴쪽을 가렸는데, 그러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손바닥이 내 허벅지쪽에 닿았다. 이조차 우연이겠거니 싶어 좁디 좁은 자리를 조금 더 창가로 옮기자 그의 손도 따라왔다. 내 허벅지에 닿은 그의 손가락이 움직였고 계속 난 벽에 들러붙고 그의 손은 날 향하고 그렇게 40분 간의 버스 시간동안 반복이였다. 신고는 가능할까? 내가 선량한 사람을 의심한거면 어떡하지? 만약 내가 신고했다가 오해했다며 보복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무기력함에 그냥 셔틀버스에서 내렸다. 내리고 집으로 걷는데 그의 손이 닿은 부분에 너무 기분 나쁜 감촉이 남아있었다. 집으로 와도 계속 그 느낌이 이어져서 친구한테 물었고, 그제야 그게 성추행인걸 인지했다. 그렇게 남자친구한테 전화해서 엉엉 울어버렸다. 지옥같은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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