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돌이켜보면 난 왜 그를 사랑했던 걸까? 그는 날 비참하게 만들었고, 비굴하게 만들었고, 돌이킬 수 없을 만큼의 생채기를 남겼다. 너에게 잘 보이려 안달이 났던 그때의 내가 너무나 불쌍하다. 사람들은 흔히 이런 모습을 보고 ‘지팔지꼰’이라고 말한다.
그 지팔지꼰의 역사 속에서 살아 돌아온 경험자로서 말하자면, 당사자들이 자신을 갉아먹으면서까지 상대를 떠나지 못하고 비굴하게 구는 이유는 분명 있다. 나에겐 그게 덩치 큰 남자가 흘리는 새하얀 눈물이었다. 어느 날, 자기를 도와달라던 덩치 큰 남자가 나타나서 내 앞에서 엉엉- 어린아이처럼 울었다. 지금에서야 세상의 풍파를 맞고 꽤 단단해졌지만, 그때의 나에겐 그것이 꽤나 큰 충격이었다. 마치 내가 이 아이를 구해줘야만 한다는 그런 착각에 빠져들게 됐고, 기어코 심리학과에 가서 이 아이를 꼭 도와줘야지 하는 원대한 꿈을 가지게 된다.
젠장- 절대 그래서는 안 됐다. 지금에서야 느끼는 것이지만, 그 눈물은 어찌 보면 무기였을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난 그 사람보다 어렸고, 뭣도 몰랐으니 말이다. 그런 여자 아이에게 그는 눈물을 흘림으로써, 자신은 힘들고 괴로우니 본인을 지켜줘야 한다는 명분을 내밀었다. 혹은 그 순간에는 그 눈물이 진실이었을 수 있으나 정말 그 순간만 그렇다는 것이다. 이걸 일시성이라고 부르면 좋으려나? 결론은 그 순간의 감정을 무기로 휘두르는 것이다. 이 모습에 현혹되면 이제 지팔지꼰이 시작되는 것이다.
지팔지꼰.. 그래 이해는 한다만, 나 없으면 얘는 어떡해..?? 너는 엄마가 아니야. 그 아이는 너 없으면 다른 여자한테 그러고 살아. 그니까 너는 너의 인생을 살렴.
대충 다들 연애하니까 대충 소개팅해서 대충 만나지 말고, 너 없는 세상은 그릴 수 조차 없다는 그런 사람을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