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에 채택되시면 사은품을 드립니다.
(걱정하는 친구들을 위해 씀, 실제로 외모집착을 앓기는 했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 덕에 잘 이겨냈어요 ^ㅡ^ 우선은 생긴대로 살아가보려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대구에 살고 있는 스물셋 여자입니다. 평소에 03.25 mhz 라디오 되게 즐겨 듣고 있었는데, 이렇게 직접 제 목소리가 송출이 된다니 너무 떨리고 막 신기하고 그러네요. 우선 사연 소개를 하자면 제목 그대로 제 외모 집착은 해결될 수 있을까요?라는 고민인데요. 저는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크게 외모에 대한 불평이나 불만이 없었어요. 오히려 외모에 대한 불평불만은 미디어와 사회가 만들어낸 편견이자 비합리적인 가치라고 말하고 다녔죠. 그런데 그랬던 제가, 이제는 심각한 외모 집착을 겪게 되었어요. 이미 제 휴대폰에는 수많은 성형외과 어플이 깔려있고, 심지어 다음 주 월요일인 5월 2일에는 아침부터 강남 일대를 돌아다니며 밤새 성형 상담을 받을 예정이죠. 이런 고민을 친구들에게 얘기하면 늘 이렇게 말해줘요.
“네가 할 데가 어디 있다고?”
“왜 그래, 지금도 충분히 예쁜데…”
그 말을 듣는 순간만큼은 잠깐이지만 외모 집착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고, 그래 나 정도면 괜찮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런데 집에 와서 화장을 지우러 세면대로 향하는 순간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자괴감에 빠져요. 잠들기 전까지 계속해서 얼굴을 쳐다보며 여기를 깎고 여기를 찢고 여기를 줄이고 이런 생각을 하다 잠들죠.
그래서 답답한 마음에 도대체 내가 왜 이렇게 된 걸까? 하는 생각도 해봤는데요. 아마 첫 시작은 그때였던 것 같아요. 21살이 되던 해, 그때 몸이 좋지 않은 걸 느끼고 대학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게 됐었어요. 그때부터 약의 부작용으로 인해 살이 15kg 이상 찌기 시작했고, 한 번 쪄버린 살은 먹는 양을 아무리 줄여도 돌아오지 않았죠. 그런데 그때 집으로 가던 길에 두 명의 남자가 지나가면서 그렇게 말했어요.
“와 몸매 봐, 여자 맞냐.”
그들이 던진 말이 며칠이고 제 방 천장을 떠다녔어요. 휴대폰 메모장에도 살 빼자, 살 꼭 빼자를 적어놓고 유튜브에도 맨날 운동, 다이어트 이런 것만 검색했죠. 그래서 피부과에서 다이어트 약을 처방받고 퇴근하고 나서는 집에서 운동을 했어요. 그렇게 한 달만에 살을 10kg 이상 뺐죠. 그렇게 난 다시 돌아오는 것 같았어요. 남자 친구도 생겼었고, 저한테 외모로 지적하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그렇게 시간은 흘러 두 번의 봄을 맞이했죠. 그런데 올해 초, 저에 대한 뒷담화를 듣게 됐어요. 싸가지 없게 생겼대요, 말 걸기 싫은 상이래요. 전 그 말을 듣고 그들이 미워지지 않았어요. 제 얼굴이 미워지기 시작했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난 차갑게 생겼다는 얘기를 참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 말을 들어서인지, 그런 생각이 들어서인지 하루는 줌 강의를 듣기 위해 화면 공유를 시작했는데 제 얼굴이 피카소의 우는여자라는 작품처럼 서로 일그러지는 것같이 보이고 뭔가 어긋나 보였어요. 그래서 화면을 끄고 목소리만 송출했죠.
이제는 나도 어느새 순하고 귀엽고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 있는 인상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누가 봐도 참 쟤 러블리하다 그런 인상 말이에요. 그럼 더 이상 이런 얘기는 듣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지금은 성형외과 어플을 다운받고 심지어 상담까지 받았어요. 말씀드렸다시피 다음 주 월요일엔 또 다른 병원들 상담까지 받을 예정이에요. 제 외모 집착은 해결될 수 있을까요?
사연이 끝나자 라디오 DJ는 어색한 웃음소리를 내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