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의 미'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여백의 미라는 말을 듣고 나서 여백이 어떤 부분에서 아름다운 지 오래도록 생각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를 쓸 때 만큼은 이 여백이란 존재가 이보다 미울 수가 없습니다. 가끔씩 제한점을 정해두는 것 같이 느껴져서 말이죠. 느낀 것이 많아서, 하고픈 말이 너무나도 많은데 쓰면 쓸수록 아름다움이 없어지는 것 같을 때, 여백을 한 번씩 탓하곤 합니다.
<여백>
새벽에 잠을 뒤척이다 일어난다
그냥 바라본 풍경에 할 말이 많아진다
슬픈 일을 겪었다, 행복한 경험을 했다,
차마 누구에게 말 못할 일이 일어났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담배를 한 대 피우는데
문득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
세상의 존재 이유에 대해 묻고 싶다
다만 물을 사람이 없다
그래서 그냥 혼자 생각만 한다
이렇게만 적고 할 말은 하지 않았는데
벌써 여백이 시를 압박해온다
종이 끝과 글의 간격이 좁아진다
말하고 싶은 것을 한 페이지에 담기엔,
하나의 시에 담기엔
여백이 너무나도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