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여행기 3
우리나라에는 낙조 명소가 몇 군데 있다.
해남 땅끝마을의 이름처럼 말 그대로 땅끝에서 일몰과 일출의 경관을 볼 수 있다.
서해 바다에는 낙조 명소가 많이 있다. 변산반도 채석강도 우리나라 3대 낙조 중의 하나이다.
강화 장화리 낙조도 빼놓을 수 없다. 또 하나의 낙조 명소인 구봉도 낙조 전망대도 있다.
떠 오르는 해돋이의 감흥과 의미는 희망차고 뭔가를 결심하게 하는 청년의 얼굴이라면, 해넘이는 하루종일 하늘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열심히 일상을 지켜 낸 해님이 이제는 편안히 쉬러 가는 노년의 편안한 얼굴이다.
언제부터인가 일출보다는 일몰에 마음을 뺏기었고, 마치 인생에서의 일몰 시간을 맞이하는 나와 닮았기에 애달픈 사랑이 되었다.
진도 여행 2일 차에 아주 중요한 일정이 있다.
바로 전국 최고의 낙조 맛집 진도 '세방낙조 전망대'에서 지는 해를 영접하는 일이었다.
일몰 시간을 알아보니 오후 5시 40분이다.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기 위해 중간중간 바다를 볼 수 있는 장소를 경유지로 네비에 찍고 출발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륙도로를 우선으로 하여 안내하기 때문에 바다를 보기 쉽지 않다.
가다 보니 중간에 길이 끊긴 곳도 있어 다시 돌아 나오기도 하고, 도로 공사 중이라 울퉁불퉁한 자갈길을 달리기도 했지만 바다를 계속 보면서 갈 수 있어서 황홀했다.
길을 잘못 들었을 때마다 때문에 보다는 덕분에 생각지도 못한 풍경을 만나니 짜증보다는 기쁨이 더 컸다.
이 또한 여행의 즐거움이다.
세방낙조 전망대
드디어 세방낙조 전망대에 도착했다. 아무도 없다. 작은 매점을 지키는 노부부가 우리를 반긴다.
그러면서 꿀팁을 전수하신다. 여기보다 더 좋은 전망대가 있단다.
'급치산 전망대'
급히 검색에 들어갔다. 한반도 최서남단 진도군 지산면에 위치한 급치산 전망대는 가장 늦은 해넘이를 볼 수 있는 곳 중 한 곳이다.
차가 전망대 입구까지 올라갈 수 있어 접근성이 좋아서 편하게 도착했다.
전망대는 마치 돛단배의 형상으로 3층으로 되어 있으나 3층 위에 옥상이 있어서 마치 4층 건물 같다.
3층에서도 낙조를 볼 수 있지만 이왕이면 더 높은 옥상으로 올라간다.
바람이 꽤 많이 분다. 추운 겨울이고 날씨마저 얄궂어서 그런지 아무도 없이 우리가 하늘을 독차지한다.
전생에 나라를 몇 번 구해야 낙조를 제대로 볼 수 있다는 데 우린, 나라를 구하진 않았나 보다.
하루 종일 흐려 있던 하늘이었고 구름이 많이 걷힌 저녁 시간이었지만 아쉽게도 구름 속으로 숨어버린 해님을 볼 수는 없었다.
다만 하늘 전체가 붉게 물들며 해님이 구름 너머에 있기는 있다는 것을 짐작할 뿐이다.
마치 사랑을 심장 깊숙이 꼭꼭 숨겨 두고 웬만해선 꺼내지 않는 나의 짝꿍을 닮았다.
몇 년 전에도 이곳을 방문하였지만 제대로 된 낙조는 나에게 허락하지 않았다.
아쉬움이 크다.
비록 기대했던 낙조를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 해안도로를 달리며 은물결 바다를 실컷 본 것만으로 만족하다.
남해를 왜 다도해라고 하는지 증명하듯 크고 작은 섬들이 올망졸망 이야기 나누는 풍경은 잡지책의 부록이다.
우리네 인생길도 해넘이를 찾아가는 여정이 아닐까...
가다 보면 소도 보고 말도 보고 가끔은 달콤한 꿀도 만나지만 대체로 고난의 연속인 인생길.
의도하지 않았지만 길을 헤매기도 하고 그렇기에 뜻하지 않은 풍경을 발견하기도 하며 그렇게 우리는 지는 해가 되었다.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것'이라는 노랫가사처럼 나의 삶을 일곱 빛깔 무지개로 물들이는 낙조가 되어 가는 것이다.
그것이 인생이다.
그대가 진도에 왔다면 반드시 만나야 할 것은 바로 '낙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