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블루라인 해변 열차
부산은 항상 그리움이다.
친정이 있고, 엄마가 있고, 바다가 있다. 제2의 고향이다.
우리 소싯적에 조용필 오빠야가 「부산 갈매기」를 대히트 칠 때부터 부산은 마음의 고향이었다.
엄마의 품처럼 따스하고, 엄마의 된장찌개처럼 구수했다.
우리나라 제2의 수도 부산광역시. 부산 대표 관광지로 손꼽히는 해운대는
밤에는 마린시티의 야경이 더해져 더욱 화려한 해변이 된다.
감천문화마을은 사진 찍기에 좋으며, 매해 가을마다 개최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부산의 구석구석을 즐겨보는 것도 좋다.
전통시장 투어가 있을 만큼 먹거리가 가득한 부산의 맛 기행은 필수!
부산에서 즐길 거리는 거의 다 가봤다고 자부했다.
경관이 좋은 산책로 송도 스카이 워크와 용궁구름다리, 청사포 다릿돌전망대, 부산 영도의 이름도 아름다운 흰여울 문화마을, 오륙도 스카이워크에서 갈 수 있는 이기대 수변공원.
즐길 거리와 랜드마크로는 광안대교, 송도 해상케이블카, 해운대 달맞이길, 용두산 공원, 해운대 영화의 거리, 감천 문화마을 하늘마루 전망대, 동백섬은 원래 독립된 섬이었는데 오랜 세월 동안 퇴적되면서 지금은 육지화되어 있다. 동백이 얼마나 많이 피웠으면 이름마저 동백섬일까?
동백섬 누리마루 APEC 하우스 정상회담 회의장에서 2005년 11월 19일,
아시아 태평양 21개국 정상들이 모여 에이펙 정상회의와 오찬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뭐니 뭐니 해도 부산하면 해변이지. 해운대, 광안리, 다대포, 송정, 일광 해수욕장까지 모두 섭렵했다.
하지만 수영은 하지 않고 바라보기만 한 바다이다.
부산은 즐길 거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벼룩시장과 재래시장이 발달한 도시이다.
전 국민의 대표 시장 자갈치 시장, 감천문화마을에서 만난 어린 왕자 기념품, 인스타에 유명한 애플망고 젤리도 맛보고 거인 통닭, 비빔당면 부추전 등 먹거리가 풍부한 국제시장, 요즘 새로운 명소로 급부상한 부평깡통시장, 아나고라고 불리는 바닷장어회가 유명한 기장시장, 그 외 부전시장, 광복동 먹자골목, 초량전통시장, 부산진시장, 구포시장 등 부산에 있는 시장은 거의 발자국을 남겼고 참 많이도 먹방을 찍었다.
부산에서 놀고먹고 즐기기만 한 것은 아니다. 종교적이고 신성한 명소도 많이 있다.
대개의 사찰이 산중 깊숙이 있는 것과는 달리 해동용궁사는 이름 그대로 검푸른 바닷물이 바로 발아래서 철썩대는 수상 법당이란 표현이 옳을 것이다. 고려우왕 2년(1376년) 공민왕의 왕사였던 나옹화상에 의해 창건된 유래 깊은 해동용궁사!, 부산의 대표 가을 산사인 범어사, 역사가 오래되지 않은 현대적인 대형 사찰인 삼광사는 대한불교 천태종의 구인사 다음으로 제2의 사찰이며, 범어사, 해동용궁사와 함께 부산의 3대 사찰로 불리며 서류상 등록된 신도가 33만 명 이상이라고 한다. 그 외에 한국 이슬람 부산성원이 있고, 주교좌 남천성당에서는 미사 봉헌도 드렸다. 아트뮤지엄도 많다. 부산현대미술관, 부산 시립 미술관, 부산 영화 체험박물관, 레디움 아트센터 등 문화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곳도 많이 있다.
부산은 까도 까도 매력 있는 양파 같은 도시이다.
그런데 내가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던 곳이 있다.
바로 해운대 블루라인 해변 열차이다.
2020년 10월에 생긴 해운대에서 송정까지 운영하는 해변 열차이다.
여기도 부산의 핫플이라는데 나는 왜 몰랐을까?
부산 해운대에서 송정까지 지하철로 가려면 조금 애매했는데,
그래서 해안가를 따라 달리는 초미니 열차가 생겼나 보다.
부산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모르면 몰라도 알고도 지나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구 송정역에서 출발하여 중간중간에 내려서 바다를 즐긴 후 해운대 미포 정거장을 갔다가
다시 송정역으로 돌아오는 왕복 기차표를 끊었다.
반대로 해운대 미포 정거장에서 송정역으로 여행할 수도 있다.
해변열차는 진짜 열차를 타는 것이기에 열차 내부에서 사진 찍기는 어려우나,
바다 감상하며 열차 감성 가득하고 미포~송정해수욕장 끝까지 운영하며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스카이캡슐은 4인 탑승으로 프라이빗하고 사진 찍기가 좋다.
캡슐 감성이 좋지만 가격이 비싸고 청사포까지만 운영하는 단점이 있다.
해변열차 1회 탑승권은 8,000원, 2회 탑승권은 12,000원, 모든 역 탑승권은 16,000원이고,
스카이캡슐 탑승권은 2인 40,000원이다.
송정정거장에는 부산 사나이 가수 ‘다니엘 데이’라는 분홍색 설치물이 역사를 환하게 밝혀준다.
기차는 4량인 초미니 열차이다.
빨간 옷을 입은 귀여운 기차가 플랫폼에서 우리를 기다린다.
좌석은 모두 바다를 향해 계단식으로 놓여 있어서 어디에 앉던 풍경을 보기에 좋은 명당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기차를 힘껏 밀었더니 서서히 움직인다.
차창 밖으로 송정해수욕장의 드넓은 해변이 가슴을 뻥 뚫어준다.
첫 번째 정거장인 구덕포는 감성 카페와 맛집이 있고 구덕포 방파제에서
한적한 분위기를 느끼며 산책하고 데이트하기에 좋다.
우리는 송정역에 차를 주차했기에 미포 정거장에서 돌아와야 한다.
그래서 돌아오는 코스 마지막에 내리려고 계획을 짰다.
다음 정거장인 다릿돌전망대에 도착하였다. 사람들도 우르르 내린다.
바다 위 하늘을 걷는 듯한 스카이 워크가 심장을 쫄깃하게 한다.
마침 바람 한 점 없는 날씨여서 흔들림에 대한 짜릿함 대신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를 발밑에 두고 여유 있게 한 바퀴 돈다.
강풍이나 우천 시에는 입장이 제한될 수 있다니
우린 전생에 나라까지는 아니더라도 고을쯤은 구한 것이 분명하다.
다음 정거장은 해변 열차의 원픽으로 꼽은 청사포 정거장이다.
일출과 저녁놀이 아름다운 청사포 정거장 앞의 횡단보도는
일본 애니메이션 '슬램덩크' 의 한 장면과 닮은 것으로 유명하다.
바다와 도로, 해운대 해변열차가 만든 이색적인 장면으로 관광객이 많이 찾는 포토 스팟이다.
이 역에 내려서 바닷가로 걸어가면 쌍둥이 등대가 우뚝 서 있다.
빨간색과 하얀색의 쌍둥이가 우람하면서도 귀엽다.
등대를 마주 잡은 두 손위에 올려놓은 인생 사진도 건진다.
‘도시의 푸른 쉼표’ 청사포에는 반드시 내려서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쌍둥이 등대를 위로하시길 추천한다
다음은 해월전망대이다. 동해와 남해의 경계이고 짜릿한 스카이워크와
탁 트인 조망으로 다시 한번 폐부 깊숙이 바다의 향과 바람을 밀어 넣는다.
공중에는 작고 앙증맞은 스카이캡슐이 빨강, 노랑 원색 옷을 입고 분주하게 오가는데
이건 마치 꼬마 자동차 붕붕이?
다릿돌전망대의 거대한 자태에 감격한 뒤에 맞이한 해월전망대는
소박한 크기의 귀엽고 깜찍한 모습에 저절로 엄마 미소가 지어진다.
종점이 가까워 온다.
열차 안의 사람들은 은빛으로 반짝이는 바다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창문을 비집고 들어온 햇살은 그런 사람들과 허그를 한다.
이제 달맞이터널이다.
무지개터널이고 SNS 사진 스팟이며 야경과 일출이 특히 멋지다는 설명을 듣고 내려본다.
그런데 아무리 걸어도 무지개 터널이 보이지 않는다.
걷다 보니 방금 지나 온 해월전망대로 되돌아왔다.
겨우 5분 정도 걸었지만 역주행한 것이 어이없어 웃음이 방울방울 터진다.
기차를 타고 오다 보니 차창 밖으로 바닷길 데크를 걷는 사람이 많았다.
송정부터 해운대 미포까지 해변열차나 스카이캡슐을 이용하지 않고
데크길을 걷는 코스도 있다.
다음에는 가벼운 차림으로 트래킹 하기로 마음먹는다.
해변열차로 25분 소요되니 걸어도 1시간이면 넉넉할 것 같았다.
다시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빨간색 기차에 오른다.
기차는 30분, 15분 간격으로 계속 운행하니 정거장에 내려서 충분히 즐기다가 다음 기차를 이용한다.
해월전망대에서 달맞이 터널을 지난다.
달맞이고개해월정 앞바다는 동해와 남해의 경계이다.
날씨가 좋으면 11시 방향으로 일본의 대마도를 조망할 수 있는데
이곳에서부터 대마도까지의 거리는 48킬로미터이다.
오늘 날씨가 청명하여 저 멀리 대마도가 보인다.
손톱만큼 작지만 일본땅이 보인다는 것이 신기했다.
일본을 먼나라 이웃나라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겠다.
이제 열차의 종착지인 미포 정거장에 도착했다.
바다 오른편으로는 해운대 바다와 동백섬, 광안대교가 위치하고 있으며
중앙으로는 이기대와 오륙도를 조망할 수 있다.
저 멀리 어마무시하게 높은 빌딩이 바다를 배경으로 우뚝 솟아있다.
해운대의 랜드마크답게 위풍당당하다.
한국 관광의 별이라는 기치 아래 해운대 입성을 축하하는 커다랗고 노란 글씨들의 폭소가 경쾌하다.
부산 와서 밀면을 안 먹으면 섭섭하지.
강아지와 산책 중인 현지인이 주는 꿀 정보로 부산 밀면 3대 맛집 중의 하나인
「해운대 밀면」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미포 정거장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빌딩 숲을 걷다 보면,
화분이 옹기종기 정겹게 모여 앉은 기와지붕의 식당이 보인다.
반가움에 빈 속은 소리없는 아우성이다.
곱빼기 밀면을 주문하고 게눈 감추듯이 쓱싹한다.
냉면과 사촌이지만 냉면과는 다른 밀면은 오늘도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주린 배를 채우고 한껏 느려진 걸음으로 다시 미포 정거장을 향해 왔던 길을 복기한다.
미포 정거장을 바로 앞두고 젊은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있는 곳을 발견한다.
그럼 우리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소금빵 맛집이다.
소금빵 단일메뉴인 진짜가 나타났다.
‘자연도 소금빵’이라는 팻말이 구름 속에 둥실 떠 있다.
앙증맞은 4개들이로 포장된 소금빵 2봉지를 산다.
우리 식구 모두 소금빵을 매우 좋아한다.
이건 집에 가서 먹기로 하는데 고소한 냄새가 고문을 한다.
하지만 밀면이 점령한 위장은 빵이 들어갈 틈이 없기에 초인의 인내력으로 입과 코까지 봉쇄한다.
다시 왔던 길로 돌아갈 차례이다.
오면서 정거장마다 내려서 충분히 씹고 뜯고 맛봤기에 바다를 원 없이 눈에 담는다.
그 사이 사람들이 많아져서 입석으로 갔지만 그 또한 신선했다.
올 때 내리지 않고 아껴 두었던 구덕포에서 내린다. 우리밖에 내리는 사람이 없다.
구덕포 방파제로 내려가니 바람이 제법 차다.
겨울철 날씨는 아무리 봄이라고 해도 해 질 녘이 되면 바람 불고 추워지니 옷차림을 가볍게 하면 낭패이다.
바다를 향해 창을 낸 식당과 카페가 군데군데 눈에 띈다.
다음에는 여기서 근사한 한끼 식사해야지, 저기서 먹방 해야지 연신 찜콩을 하며 행복한 상상을 한다.
‘LOOK AT THE BARISTA’
해변 열차처럼 바다를 보고 앉은 의자에서 피곤한 몸을 깊숙이 기대고 지는 해를 본다.
커피와 함께 맛본 소금빵은 내가 먹어 본 소금빵 중의 최고이다.
사람들이 줄을 선다는 것은 분명 이유가 있다.
나의 글에도 구독자와 댓글이 줄을 서도록 글맛집이 되어야 할 텐데...
소금빵이 부럽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푸른 바다가 출렁이도록 하루 종일 바다보며 놀았지만 질리지 않는다.
바다보다는 산이 좋다고 떠들었는데 이제 그 말은 거두어야 할 것 같다.
산, 미안!
스치며 만나는 바다
스치며 지나가는 바람,
스치며 흘러가는 세월
스치며 가라앉는 추억의 앙금을 가슴 벅차도록 두 손 넘치게 안고 가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