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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rt C+ Ctrt V

핏줄

by 정유스티나


참기름 먹인 똑단발 머리카락을 여윈 내 팔에 누이며

오동통한 손가락이 만볼트 전류가 되어 내 몸을 휘감는다.

솜사탕 베어 문 앵두가 내 영혼을 붉게 물들인다.

엄마 늙지마

늙으면 할머니처럼 쪼글쪼글해지고

쪼글쪼글해지면 죽잖아

아직 늙음의 속성과 죽음의 정체를 알 리 없지만

여섯 해 살아온 촉으로 슬픔의 종착역을 이미 다녀왔다.

아마 도도히 흐르는 핏줄의 본능이다


탱탱볼 같은 두 뺨을 바람 새어 꺼져 버린 내 얼굴에 비비며

달큼한 젖살 내음을 가슴팍에 흘린다.

산머루보다 까만 별 두 개가 내 심장에 후드득 떨어진다.

할머니 늙지마

늙으면 왕할머니처럼 쪼글쪼글해지고

쪼글쪼글해지면 죽잖아

소름돋는 Ctrt C+ Ctrt V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어린 딸이 빙의되어 손녀가 말한다.

아마 유구히 변함없는 핏줄의 애달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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