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지방에 볼 일이 있어서 갔다가 돌아오는 차표를 보니 막차 밖에 없었다.
서울역 도착이 11시 48분...
나의 발인 BMW 중 M인 메트로와 W인 워킹은 가동불가였다.
그나마 B인 버스는 있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평소 자가운전을 하기에 택시를 탈 일이 거의 없다.
한 이불 덮고 자는 대리운전기사를 콜 했지만 난색을 표한다.
그 복잡한 서울역 어디에서 기다리며 어디에서 만나냐며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대며 택시 타고 오란다.
우쒸!!!
"이뿐 마눌 누가 홀라당 태워서 무인도에 팔아먹으면 어쩔 거야?
나 늦은 밤에 택시 타는 거 무서워~~~"
"그렇게 좋은 일이?"
깐족대며 영 움직일 생각이 없다.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어디로 납치하며 당신 델꼬 가도 쓸데도 없어서 처치곤란이라나?
이건 거의 인격모독으로 인권위원회에 고발할 발언이지만 딱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아서 넘어간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그냥 택시 타고 들어가는 것이 여러 사람 편하게 해 주는 것 같았다.
택시 줄은 길었다.
거의 캐리어를 몇 개씩 끌고 서울로 여행을 온 외국인이 많았다.
한참을 기다려 나의 차례가 되었다.
이게 뭐라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기사님 얼굴부터 훅 훑어본다.
마스크 속의 깡마른 얼굴이 다소 신경질적이게 보여서 조금 주눅이 든다.
조금 가다가 대뜸 말한다.
"할증료인지 뭔지 올려놓아서 택시를 타지를 않아요~10시부터 지금까지 손님이 첫 손님이에요~~"
"아~그래요? 전 할증료 올라서 기사님 수입 더 늘겠구나 했어요'"
"아이고, 이건 뭐 택시기사들 다 죽이려는 정책인지 갈수록 먹고살기 힘들어요~"
"지금은 처음이니까 그렇지 이 가격에 익숙해지면 택시 탈거예요~"
나는 지금 소비자 입장이니 기사님을 위로할 상황은 아닌 것 같지만 갈수록 팍팍해지는 세상살이에 대한 공감으로 맞장구를 쳤다.
할증료 40%의 숫자가 주는 압박감에 나는 우리 집 저 멀리 대로변에서 차를 세웠다. 집까지는 걸어가면 되지.
진짜 많은 돈이 청구되었다. 카드를 어디에 대는 지를 몰라 버벅대니 기사분이 한 말씀하신다.
"아이고, 늘 자가용만 타고 다니셨군요. 딱 보니 그런 것 같았어요."
정곡을 찌르는 말에 괜스레 죄지은 것도 아닌데 기사님들의 고객이 되어 주지 못한 삶이 죄송해서 헐레벌떡 내렸다.
이래 저래 힘든 서민들의 삶, 서민들이 주름이 언제나 펴질는지..
택시 한 번 타고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하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