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히 잠들어 있는 그들을 깨우는 나
나는 현재 수도권 한 지자체의 공립박물관에서 학예 업무를 하고 있다. 박물관에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주된 일은 소장 유물을 정리하여 등록하는 일이고 소장 유물을 이용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일이다. 보통 박물관의 학예 업무는 유물의 발굴 및 보존 처리, 유물 정리 및 등록, 전시 기획, 교육 및 홍보로 크게 4가지이다. 공립박물관이라도 지방자치단체급의 우리 박물관 같은 경우는 전문적인 보존처리 인력은 없다. 큰 규모의 국립박물관은 보통 4가지 분야에 전문 인력과 부서가 각각 존재하기도 하고, 아주 작은 사립박물관의 경우 4가지 역할을 학예사 1인 모두 담당하기도 한다. 나도 처음 사립박물관에서 근무했을 때는 저 4가지 업무를 혼자 다 하기도 했다. 그러다 지금 4명의 학예 인력이 업무를 나누어서 하니 보다 안정되는 마음이 든다.
내가 담당하는 일은 쉽게 풀면 '고장난 옛 물건'들을 대하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다양한 경로로 새롭게 박물관에 오게 된, 어딘가는 조금 고장 나 있는 옛 물건들이 매년 도착한다. 이들에게 아픈 곳은 없는지 발견하여 숨겨진 의미를 찾아 정리해준다. 그리고 각각을 시대와 특성에 맞게 넘버링을 해준 후 각종 장치들을 동원하여 말끔하게 포장하고 제자리를 찾아 안전하게 보관한다. 전시에 필요할 때는 출납시키기도 하고 다시 제자리에 잘 격납이 되었는지 정기적으로 확인한다. 수장고에 들어 가기 전에 많이 아픈 곳이 발견되었다면 보존 업체에 의뢰하여 고쳐준다.
업무를 위해 수장고에 들어갈 때면 나는 기분이 차분해진다. 내가 곤히 잠들어 있는 유물의 잠을 깨우러 가는 것 같아 조심스럽다. 하지만 제자리에 차분히 놓여 있는 유물을 보면 복잡했던 마음이 정리되고 산뜻한 기분이 든다. 한껏 치장을 하고 전시실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려한 설명과 서 있는 유물들은 무대 위의 배우 같다. 반면 수장고 격납 상자에 미라처럼 누워 있는 조금 고장나 있는 유물들을 보면 어딘가 더 정감이 간다. 고장난 옛 물건도 소중할 수 있다는 것을 오늘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