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수집을 꿈꾸는 어느 맥시멀리스트의 잡담
나는 모으는 행위를 본래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다. 어린시절 처음 내 방이 생기자 나의 공간에 내 취향의 물건을 모아 마음껏 배치할 수 있음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느꼈던 그날, 나는 내가 모으길 좋아하는 사람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움집이나 빗살무늬토기에 무언가를 모으기 시작하면서 진정한 인간으로 변화했다지만, 나는 유전적으로 또 환경적으로 수집가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우리집에도 아빠엄마의 수집 본능으로 인해 각종 책과 오래된 물건이 즐비했으니 말이다. 요즘에는 미니멀리즘이 대세라지만 나는 아주 당당한 맥시멀리스트로 산 지 오래이다. 그런 내가 조금 달라진 것은 아이를 낳고 점점 짐이 늘어가며 더 이상 이렇게 안 되겠다는 다짐이 들고 나서이다. 그래도 내 개인적인 본성은 여전히 많은 것을 모으길 선호한다. 다만 수집의 대상이 물리적인 물건이라기 보다는 다양한 측면으로 변화하는 차이는 생겼다.
내가 수집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안에 기억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내가 정말 수집하고자 하는 대상은 그 자체가 아니라 과거의 소중한 기억이다.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매개체로 그 대상을 곁에 두고 간직하고 싶은 욕구가 커지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인 삶에서도 수집을 즐겨하는 인생을 살고 있는데다가, 내가 하고 있는 직업 자체도 유물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일이니 나는 인생 자체가 수집과는 뗄 수 없는 인생이다. 인생의 시기별로 주된 수집 대상에 차이가 있는데, 10대 시절에는 일기장이나 친구들과 주고받았던 편지와 쪽지들이었다. 20대 시절에는 박물관이나 전시회 입장권, 브로셔, 여행지에서 받아온 안내문 따위들이었다. 30대엔 스마트폰 세상 이후에 생겨난 수많은 사진과 영상 파일들이다. 이제 곧 다가올 40대, 내가 수집하게 될 주된 대상은 무엇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소중한 기억을 잘 모으는 것이 중요한 것만큼, 과감히 버려야 할 부분은 잘 솎아낼 줄 아는 지속가능한 수집을 평생하는 프로수집가로 살고 싶다. 그래야 나의 기억수장고가 언제나 반들반들 빛날 수 있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