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면 지도 위에 가득한 우리의 흔적들

방랑유전자는 대를 이어간다

by 서작가

나의 가장 큰 단점은 마음 편히 '쉬지를 못 한다'는 점이다. 타고난 일복은 물론이고 시간적 여유가 있어도 쉼 자체를 어색해 하는 나를 보면 주위 사람들이 오히려 안절부절 못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런 나를 보며 가장 안쓰럽게 생각하는 사람은 우리 엄마인것 같다. 어디가 심각하게 아픈 것이 아니면 낮잠조차 쉬이 들지 못 하는 나를 보면 잠 많은 남편은 나를 신기한 생명체 보듯 한다.


나도 내가 왜 이렇게 휴식을 못 취할까에 대해 고민해봤는데, 눈을 감으면 계속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인듯 하다. 앞으로 계획한 무언가에 대한 가정과 상상, 지나간 일들에 대한 후회에 미련, 오늘 처리해야 할 일들에 대한 되새김질 등 이런 많은 과거 현재 미래가 얼키고 설켜서 복잡한 나의 머릿속을 종횡무진 질주한다. 이러한 생각의 실타래에 off를 누를 수 있어야 하는데 전원을 꺼버리지 않는 이상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내가 휴식보다는 잘 할 자신이 있는 것이 바로 휴가를 보내는 일이다. 엄밀히 이야기해서 휴가를 떠나 잘 지내는 것보단 휴가를 잘 준비하는 쪽이다. MBTI의 판단형P와 계획형J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휴가 준비에서 나온다고 하는데, 나는 물론 계획형이다. 물론 요즘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에 변수가 많아져서 예전만큼은 계획을 세우지 못 하지만, 지금까지도 여행지의 타임테이블이 있어야 마음이 편안하다. 그리고 나의 여행 타입은 휴양지에서의 느긋한 휴가를 즐기기보단, 새롭고 낯선 공간에서의 문화 체험과 답사를 즐기는 편이다보니 한가롭지만은 않다. 심지어 남들은 다 쉬러 간다는 신혼여행에서 조차 답사를 다녔으니 지독한 여행 취향은 참으로 확고하다.


다녀온 도시와 나라를 지도에 표시하는 일은 커다란 즐거움이다. 지금껏 20여개국을 다녀온 난 세계지도와 한국지도에 다녀온 나라들과 도시들을 찾아 표시하는 일을 지속하고 있는데, 이제는 대를 이어 다섯살 아들이 그 일을 도맡고 있다. 올해 휴가도 새로운 곳으로 떠날 생각을 하니 좋다.


자, 그럼 여행 계획을 또 멋지게 세워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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