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도댁

by 에쩨르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옥도댁
엎어진 신짝도 안 뒤집어 신은 서방 만나 일구덕에 빠져 살아도 문장가 서방이 자랑이었다

뙤약볕에서 한시반시 쉴참 없이

허대다 들어와서도 먹 갈고 있는

서방을 보면 실실 웃음이 나왔다
우케 덕석이 빗물에 옴싹 빠져 들어가도 우리 집 양반은 책 디레다보믄 업어 가도 모른다고 하냥하냥 넘겼다

문장가 양반 글 읽다 싫증 났든가 바람 쐬러 간다더니 바람이 들었다. 계집질에 맛 들여 첩년 끌고 들어와 한집에 두 여자 살이가 시작되었다


서방이 첩을 보믄 본처는 욕방구에 매방구라 옥도댁 몸뚱아리가 성할 날이 없었다 벌건 대낮에 이불속에서 뒹군 것을 보고 그리 좋냐 한소리 했다가 허리에서 작대기가 부러져나갔다

옥도댁 지렁이처럼 뽁뽁 기어 손에 잡힌 대로 책을 끌어다 불을 질렀다 타는 불길 따라 옥도댁 목소리도 활활 치솟았다


서방이 시앗을 보믄 돌부처도 돌아앙근단디 으짜먼 내 못할 일을 이리 시킬랍디여 사람 애간장 녹는지도 모름서 책은 읽어 뭣한다요 글 풀어 식구들 묵고 사는 것도 아닌디
쓰잘 데 없는 짓거리 그만하시요 여펜네 거천한 것 봉께 공자 맹자도 다 헛것이요

늘상 무지랭이 같던 옥도댁 용쓰고 기어들자 뒷심 무른 문장가 양반 뻐끔 뻐끔 담배 연기만 피워 올렸다


* 옥도 -신안군 하의면에 속한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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