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순 바람 불고 날 풀리먼 땅속에서 훈짐이 솟아 나옹께 오만가지 것들 다 머리 디민다잉. 사방천지 꽃낭구들 으찌 지철인지 알고 꼼지락기린가 몰라야.
노란 속눈썹 붙인 홍매, 삥아리 털같은 산수유 벌어지먼 진달래 벚꽃 피어 온 산이 분홍색 물가심 찌크러논 것 같당께야. 고샅질 아그들 따라 누렁이도 오두방정을 떤디 이라고 존 볕에 으찌께 들어 앙거 있겄냐. 궁뎅이가 발싸심을 해싼께 더는 못 전드고 산으로 올라가지야.
첨에는 무심상 했어야. 그랬는디 고것들이 남정네 휘릴라고 질 가상에 나와 앉은 요부맨치 찔벅기리드라. “거시기 나 쪼께 보고 가쇼. 새 옷 입었는디 색깔 으짜요? 아따, 향수 삐랬는디 냄새 안 좋소?” 함서 눈웃음을 살살살 쳐대드란 말다. 떼거리로 몰려나와 가랭이 잡고 늘어진디 당해낼 재간이 있겄냐. 더는 못 삐대고 그 욱으로 엎어지고 말었당께야.
그란디 고것들 아주 징한 것들이다잉. 으짜다 단꽃 향내에 한 번 빠졌다고 시도 때도 없이 사람을 불러내야. 정은 들기도 에럽제마는 띠기는 더 힘들어야. 정신이 옴쑤로기 거가 있응께 일도 손에 안 잽히고 고것들 지달리겄다 싶으믄 벌떡 일어나져야. 맨날 봐도 질리도 안하고 찬찬히 디레다 볼수록 입이 차꼬차꼬 벙그러진단 말다. “오메! 오메! 이것들을 으째야쓰까? 으디서 이라고 이삔 색이 나왔으까잉.” 혼자 시부렁기린당께야.
꽃도 술맨치 사람을 취하게 한다잉. 그랑께 묵는 것도 그작저작 때우고, 빨래도 거시기 큰 놈 멱감디끼 슬렁슬렁 행궈 널어 불고, 산으로 담박질 하지야.
참참이 시간 빼니라고 미치겄는데 또 이름까지 불러달라고 비비꼬드라. 하기사 저마다 이름이 있는디 싸그리 꽃이라고 뭉뚱기래 부르먼 기분이 안 좋겄제. 이름 안 불러주먼 앙탈 많은 계집치롬 쌜쭉해갖고 입 꾹 닫고 있다잉. 은방울꽃 봄까치꽃 앵초 노루귀 히어리 초롱꽃 각시둥굴레 얼레지 처녀치마 홀아비꽃대 바람꽃 상사화 옥잠화 물봉선...... 철 따라 몰려댕긴디다 하도 수가 많응께 다 외울 수도 없어야.
낫살이 들다 봉께 어저께 불렀던 이름도 잊어분디 요새는 또 사진까지 찍어줄랑께 성가시다야. 다들 뀌미고 나왔는디 누구를 자쳐놀 수도 없고 여그저그 낯짝 디민 것들 다 담을라믄 시간이 무한정이여야. 하든 지랄도 그칠 때가 있단디, 나 좋아서 한일이라 이놈의 꽃바람은 잦아들도 안 해야.
생각해 보믄 고것들한테 얻은 것이 더 많지야. 살림이고 나발이고 다 땡게 불고 싶다가도 깔크막 올라채믄 내리막도 있겄제 싶고, 또 이삔 것들 쳐다봄서 나도 젙에 사람들한티 환하게 웃어 줘야 쓰겄다 맘을 다지게 된단 말다. 산에 댕김서 에런 고비 많이 넘겼다야.
연애질이랑 재채기는 숨길 수 없다등만 꽃바람 났다고 소문이 돈 모양이여야. 고것들 잘 있드냐고, 요새는 누가 물 올랐드냐고, 혼자만 재미 보고 댕기냐고 난리랑께야.
다음 주간에 산벚꽃 터지믄 연분홍 꽃구름이 피어날 텐디 그때 항꾼에 갈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