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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젤다kim Jan 22. 2022

'누군가의 책방'을 가다

이런 곳도 있었구나!

며칠 전 한통의 메일을 받았다고 큰딸에게서 문자가 왔다. 책이 처음 나오자 여러 독립서점에

입고를 부탁드리는 메일을 보냈는데 다른 곳은 다들 연락이 와서 입고를 1차 또는 추가로 2차를 해드린 곳도 있는데 유독 경주에 있는 데는 연락이 없다고 하소연을 하였다. 아직 메일을 읽으시지도 않으셨다며 안타까워했다.

경주에 있을 때 자주 가던 독립서점이라 책을 쓰면 꼭 자기가 쓴 책을 입고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서울  집 근처는 직접 주말이나 퇴근 후에 직접 딸이 입고를 하지만 경주는 택배로 부치는 것보다는 나보고 직접 갖다 드리라고 부탁을 했다.


오전 11시에 오픈해서 오후 6시까지 한다며  주말에 꼭 가야 한다며 나를 재촉하였다.

주말이라 푹 늦잠을 자고 싶다던  막내아들을 깨워 함께 차를 타고 '누군가의 책방'으로 향하였다.

이름이 특이하여 정말 누구의 책방인지 누구를 위한 공간인지 정말 궁금하였다.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정말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나는 전국 유명한 다육이 농원은 어디에 있는지,  제주도를 가던 서울을 가던 어디를 가던지 다육이 농장을 방문하는 게 제일 즐거운 일인데  아직도 독립서점은 생소하다.

지난주 서울 가서 몇 군데를 가보았지만 가까이 경주에 유명한 곳이 있는 줄 꿈에도 몰랐다.

지난가을에 구절초 보러 서악동에 다가 커피를 마시고 간 카페 근처에 있다고 작만 할 뿐.

골목으로 차를 몰고 들어가다 길이 점점 좁아져 '안 되겠다' 생각하고 후진하여 큰길로 나와서 차를 세웠다.

"훈아, 우리 걸어가자."

입고할 책을 들고 한 손으로는 막내의 손을 잡고

좁은 골목길을 따라 뚜벅뚜벅 걸어가니 어떤 한옥집 앞에 여자 두 분이 대문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훈아, 여기인가 봐."

조심스럽게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잔디가 깔린 마당을 지나 창문 너머로 손님 두 분이 책을 고르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나는 내가 태어나 자란 곳도 시골이라

이런 한옥집이 많이 있어 입구가 낯설지는 않았다.

우리는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갔다.

서점이라 하기에는 너무 조용해서 큰소리로 얘기하면 왠지 많이 혼날 것 같은 분위기에 이건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출입 명부를 작성하며 깜짝 놀랐다.

명부에 작성된 주소가 서울, 제주도, 대구, 부산

전국적이었다. 이런 시골 골목에 있는 작은 서점을 어떻게 알고 다들 올까?

책방 주인은 큰딸 나이보다 조금 위로 보이는 생각보다 아주 젊고 예쁜 여자분이 아닌가.

책을 보여드리며 딸 대신 책을 갖고 왔다고 말하니  직접 갖다 주셔서 고맙다며 반겨주셨다.

자기도 서울을 자주 가는 데 갈 때마다 복잡해서 '여기서 어째 사나 ' 생각했다며 제목만 봐도 공감된다고 하셨다.

나는 다음 주 설 연휴에 딸이 오면 직접 인사드리러 올 거라고 전하고 책방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경주만의 특색을 갖춘 한옥인만큼 고즈넉하니 아늑하게 이쁘게 잘 꾸며져 있는 공간에 독립 서적들이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나는 둘러보다 내 눈과 딱 마주친 책 한 권을 집어 들고 계산대로 갔더니 "누군가의 책방"이 찍 예쁜

봉투에 넣어 주셨다.

집에 돌아와 보니 서점 안의 정취에 취해 사진을 몇 장밖에 못 찍어와서 못내 아쉬웠다.

네이버에 검색하니 책을 좋아하는 매니아들은 경주에 오면 꼭 들리는 명소임을 알았고

직접 가보니 왜 유명한 지도 실감 났다.

나는 오늘도 낯설지만

묘한 독립서점만의 매력을 느끼며

딸이

왜  책을 좋아하고,

책을 쓰고 싶었는지

백분의 일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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