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부부의 자작캠핑카 타고 유라시아횡단 신혼여행기 15탄
24년 3월 27일, 횡단 16일차.
옴스크를 떠나 투먼까지 주구장창 달린다. 오늘은 비보쇼(우리가 좋아하는 팟캐스트)와 함께 하는 날. 안개와 비로 종일 어둡다. 길을 달리면서는 사슴 5마리 가족을 만났고 매우 검은땅을 달렸다. 심심하고 지루한 날도 여행의 일부일 것읻가. 밖이 춥고 눈이 녹는 시기여서 바닥이 진창이라 캠핑카 안에 들어앉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아늑한 저녁을 보내는 것도 즐거운 여행.
2024년 3월 28일, 횡단 17일차.
투먼에서 예카테린부르크로 320키로 정도 달린다. 처음으로 눈 녹은 땅을 만났고 날씨는 계속 흐리다. 도시를 피해서 달리다가 렌타 마트 앞마당에서 잤다. 1일 1장보기하며 렌타에 빠져서 결국 멤버십카드도 발급했으니 열심히 사용해야지. (렌타에서 비비고 만두를 판다. 많이많이 쟁여가시길. 요긴한 비상식량이 되어줬다)
예카테린부르크까지 가면 아시아의 지리적 경계에 도착한 것이고, 무언가 큰 관문을 하나 통과한 것 같다. 그러니 도로를 달리며 하나와 시베리아 횡단 소회를 이야기했다. 우리가 뽑은 베스트3은,
1. 치타까지 가는 2박3일간의 황량하고 척박한 구간
2. 처음 지평선의 일몰을 봤던 날
3. 하얗게 얼어있는 바이칼의 하룻밤
17일동안 캠핑카에서의 일상이 쌓이고 루틴이 생겼다. 이렇게 밴라이프 여행자가 되어가는 것도 새삼스럽게 재밌다.
여튼 예카테린부르크에 도착한 기념으로 우리에게 줄 선물을 준비했다. 바로 호텔 55층에 있는 루프탑 반야에 가서 지친 심신을 회복하는 것! 1인 2만원이 넘는 입장료지만(러시아에서는 무지 비싼 것) 뜨끈한 야외 온수 수영장이 무려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루프탑에 있다는 것과 여러가지 반야(사우나)와 실내수영장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고 잠시 기다려서 입장했다.
안개가 잔뜩 껴서 도심 야경을 마음껏 볼수 없었지만 시베리아의 차가운 밤공기와 뜨끈한 온수풀이 만나니 정말정말 행복했다. 그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나와 출차하며 캠핑카 뒤를 살짝 박아서 라이트가 깨졌다. ㅋㅋ
2024년 3월 29일, 횡단 18일차
어제까지 7616km 달렸고, 앞으로 2794km 남았다. 길기도 길구나.
예카테린부르크를 떠나 아시아-유럽 경계석을 본 뒤 우랄산맥을 넘는다. 드디어 남서향으로 남하를 시작하는 것. (경계석 좌표는 여길 참조. 기념삼아 가볼만 하다. )
Europe-Asia Border
тр, Московский, Sverdlovsk Oblast, 러시아 620050
며칠만에 화창한 날씨에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쭉뻗은 도로를 달리다 우회전하며 울창한 숲길로 들어선다. 생각보다 고도는 높지 않았다. 300m 정도? 어느 정도 가니 고원을 달리는 듯 했다. 산 봉우리들이 부드럽게 이어졌다. 어느 정도 해가 기울면서 따뜻한 노란빛이 감돈다. 물흐르듯 흘러가는 우랄산맥을 넘는 이 길이 너무 평화로와 오래 생각날 듯 하다.
신기하게 시베리아와 풍경이 많이 달라졌다. 이제 정말 여행이 파트1을 마치고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 같다.
캠핑카 정비 및 수리
예카테린부르크 여행을 재밌게 해보려했지만 아침부터 눈보라가 몰아치는 바람에 산책나갔다가 너무 추워서 사진 몇장 찍고 한바퀴 돌고 퇴각. 이 무렵 러시아 여행은 대부분 뜻대로 안된다. 사진은 예쁘게 나옴ㅋㅋ
돌아가자 집으로,,
하지만 예카테린부르크에서 많은 걸 했다. 차량정비는 대도시에서 하는게 좋다. 세차를 하려했지만 하루만에 똑같이 흙을 뒤집어쓸 가능성이 커서 볼고그라드가서 하련다.
처음엔 현대자동차 서비스를 찾아갔지만 우리처럼 높은 차는 입고 불가능했다. 한참 헤매다 4번째만에 3미터 높이의 레디가 입고 가능한 정비소를 찾아 엔진오일을 갈고 여분 오일 3리터를 쟁였다. 한국에 비해 엔진오일이 비싼 편이다. 8~9만원 정도 들었다.
주행충전 부품이 망가졌다. 태양광만 갖고 가기에는 불안하고 전기는 캠핑카생활에 필수이기에 내내 부품 찾기에 몰두했다. 왓츠앱과 텔레그램으로 업체마다 문의한 결과 카오디오 튜닝 업체에서 적당한 퓨즈를 찾아 방문하게 됐다. 결과는 대성공! 공임 포함 부품가격도 크게 비싸지 않았다. 2200루블 정도. 우리 여행에 관심을 가지며 끝까지 필요한게 없냐고 물어보는 직원. 당신이 고쳐준 전기가 제일 필요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차량 방향제를 선물로 줬다.
캠핑카여행이 다른 점은 관광 외에 다양한 것들에 시간을 많이 할애한다는 것이다. 차가 고장나면 고쳐야 하고, 때되면 관리해야하고, 장도 자주 봐야한다. 여행이자 일상이 된다. 그게 좋은건 일상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진짜 다양하다는 것이고 모든 경험과 사건사고는 그런 중에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게 재밌다.
여행지에서 여행지로 건너뛰지 않고 점,선,면을 모두 겪으며 이동하는 여행. 그게 캠핑카 여행의 매력인것 같다. 가자, 남쪽으로!